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지난해 정부의 규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이 상승세를 지속한 데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재건축사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분양하는 재건축단지마다 수요자들이 몰려 몇십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비싼 분양가에도 분양받기만 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롯또 청약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강남의 재건축은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올해 초 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도 시기를 늦추고 있다. 바로 부담금 때문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남4구의 조합원 재건축부담금이 44000만원에서 최고 8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남에서도 요지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해 재건축부담금이 34억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강남 집값의 상승으로 지금은 56억원은 될 것이라는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시장상황도 어려워지는데다 부담금 압박까지 겹치면서 사업을 연기하는 것이다.

재건축부담금은 기존의 평균 집값과 비교해 초과이익이 3000만원이 넘으면 최고 50%까지 부과된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부터 입주시점까지 오른 주택가격에서 평균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뺀 금액에 부과한다. 2006년 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참여정부 당시 전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8·31 부동산대책의 하나로 발표됐다. 그러나 정작 참여정부 당시에는 적용을 앞두고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재건축사업을 아예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MB정부들어 규제완화대책의 일환으로 이를 2017년 말까지 시행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는 처음 발표한 2016년의 8·2대책을 통해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8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다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었던 재건축 붐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참여정부때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1989년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의 하나로 제정된 개발이익환수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곧 토지공개념에 근거를 둔 제도인 셈이다. 현 정부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을 계기로 토지공개념의 본격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이란 토지의 공적 이용을 위해 사적 소유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거나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토지의 사유재산권은 인정하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토지를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지의 개인 소유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토지의 국유화와는 다르다.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1879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통해 토지의 공공적 사용을 강조한데서 토지공개념이 비롯됐다. 즉 토지의 공공적 목적을 벗어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토지공개념은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한정된 땅에 개발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토지사정을 고려하면 토지의 공공성 및 효율적 이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그만큼 과열됐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토지공개념의 시초는 1949년 제정된 농지개혁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지주에게 농지가 과점돼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작 소작농으로 일하거나 농지를 빌려 경작하면서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를 정부가 유상구입해 농민에게 유상 분배한 것이 농지개혁법이었다. 1994농지법으로 대체되면서 폐지됐다.

토지공개념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성장과 함께 부동산개발이 한창 이루어지던 1976, 신형식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공개념이란 용어를 언급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신 장관은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현실에서 토지의 절대적 사유(私有)는 존재하기 어려우며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실제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가 시행된 것은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6공화국때였다. 1988년 부동산종합대책 발표와 함께 토지공개념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도입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리고 이듬해 국민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등 토지공개념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이후 실제 시행되는데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1999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법은 1998년 폐지됐다. 다만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적용만 유예됐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나 토지초과이득세법도 토지공개념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현 정부에서는 정부안으로 마련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헌법에도 제23조와 제122조 등에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이 들어있다.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논의돼오던 토지공개념 문제를 최근 서울시장이 또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투기이익을 없애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은 단순히 부동산시장 과열이나 투기억제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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