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펀드판매사 평가 1위 삼성증권…은행권은 “계열사 밀어주기” 의심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애플경제DB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애플경제DB

펀드를 판매할 때 증권사가 은행보다 투자 상담 등 서비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하 재단)은 8일 ‘제12차 펀드 판매회사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판매회사가 투자자의 ‘좋은 펀드’ 선택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기준은 펀드 상담, 펀드 수익률, 계열사 의존도, 사후 관리서비스 등으로, 순위 산정 시 항목별로 가중치가 다르다. 
이번 조사는 은행 10곳, 증권사 17곳, 보험사 1곳 등 28개 펀드 판매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 은행들의 평균 종합순위는 20.5위로 증권사(11.6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인 66.5%를 차지하는 ‘펀드 상담’은 펀드 판매회사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각 회사별로 투자 전략 등 상담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펀드 상담’을 개선하기 위한 판매회사들의 움직임은 이번 조사에서 전년대비 강화된 평가 기준에도 전년도와 비슷한 전체 평균 점수를 보이면서 수치로 확인됐다. 
최우수등급으로 평가받는 1~5위에는 증권사가 4곳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강세를 보였다. 올해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삼성증권은 순위가 전년대비 3계단 상승했고, 지난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은 한 단계 떨어진 2위에 올랐다. 4위에 오른 한화투자증권도 7계단 상승했다. 신영증권은 전년도 평가와 같은 5위를 유지했다. 유일하게 보험사로 평가에 포함된 삼성생명은 3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증권사에 비해 평균 순위가 현저하게 낮고, 최우수등급인 1~5위를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급격하게 떨어진 유안타증권을 제외하고 최하위권 대부분이 은행이다.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등급 중 가장 낮은 순위인 24~28위 보통등급에는 우리은행, 경남은행, 기업은행, 유안타증권, 농협은행이 순서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법규 준수 현황과 비교 정보 제공 등을 살펴본 펀드 상담 수준의 경우 은행은 평균 68.4점으로 증권사 84.6점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자료=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자료=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2018년 10월말 기준으로 은행당 평균 펀드설정규모는 4만3,940억 원이며, 증권회사당 평균 펀드설정규모는 3만2,137억 원이다. 평균적으로 은행 1곳당 증권회사보다 1.4배 더 많은 펀드를 판매하는 셈이다. 이는 은행권이 투자·증권사에 비해 넓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재단은 은행권에 대해 펀드 상담에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법규 준수를 넘어 판매직원의 펀드 상담 수준을 향상시키고, 회사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은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이 56.1%로 증권사 23.6%보다 높아 계열사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2014년부터 이른바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등 계열사에 의존하는 행태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일부 판매회사의 경우 아직까지 이같은 관행이 의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은 이에 대해 삼성증권, 교보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판매회사는 계열펀드가 ‘많이 팔린 펀드 톱(TOP) 1위’이면서 톱(TOP) 10위권에서 30% 이상 판매되기도 해 계열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은행의 ‘계열 자산운용사 밀어주기’ 행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들이 해당 은행에서 주로 판매되면서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계열 자산운용사 기준 의존도가 9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판매회사별 판매펀드의 평균 성과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등 부진하면서 금융소비자의 펀드 판매회사 선택에 신중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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