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10대 트렌드 발표
다자무역질서 위협 ‘WTO’, 워싱턴 ‘그리드락’, 중국 ‘신묘’

현대경제연구원이 전 세계적으로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10대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했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도 ‘자동화’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최근 주요 국내외 미래 분석자료 등을 토대로 정치, 경제, 산업·경영, 기술, 에너지·자원, 사회·문화 등 6개 분야에서 올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2019년 글로벌 10대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했다. 
우선 정치 부문에서는 주목받을 트렌드로 ‘너도 나도 트럼프’(Trumpfication)를 선정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극우 열풍과 함께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제적 협력체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마다 자국 우선주의가 극우 열풍과 결합되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트럼프화’가 고착·심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연구원은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둔 인도·일본 등 13개 국가를 비롯해 각국에서 대내외 경제 악화 등을 이유로 자국 우선주의가 대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중들은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며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후보·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올해 다자간 협력체계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부문의 트렌드로는 ‘WTO, WTO(WHERE TO GO)’를 꼽았다. 보호주의 확산에 따른 WTO(세계무역기구) 체계의 위기, 경제정책을 둘러싼 미 정부와 의회·연방준비제도 간의 의견 불일치로 인한 교착상태 지속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WTO가 다자무역 자유화를 위해 2001년부터 논의 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지역 혹은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관세협정이 확산되고 선진국발 보호무역 조처가 빈발하면서 WTO 체제가 올해 더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경영 부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경기둔화 등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는 ‘비즈니스 모델 엑소더스’(Business Model Exodus)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확산, 미-중 무역마찰, 세계경기 둔화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기존 비즈니스모델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쪽으로 ‘경영전략 변혁’이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또 ‘인공지능(AI)에서 자율 사물(AT)로의 이행’도 올해 새롭게 부상할 트렌드로 꼽혔다. AI를 활용한 로봇·자율주행 차·드론 등 ‘자율 사물’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수행했던 기능들이 자동화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혁명으로 제품마다 기능 중심에서 이용 가치 중심으로 재편이 촉진되고,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기존의 성공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빨리 ‘탈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세계 자율 사물 시장 규모가 2014년 12억8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35억8000만달러, 2024년에는 139억2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기술 부문에서 ‘기술 전쟁’(Tech Wars)이 올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기술패권 장악을 위한 공세와 견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기술혁명의 성패에 따라 국가 간 위계가 재편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기술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중국 등 미래 기술패권 도전국과 현재 기술패권 보유국인 미국 간의 총력전이 격화될 것이고, “핵심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기술이전을 시장이 아닌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이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시장 및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원은 이런 기술 발전으로 사회 및 경제가 급격하게 변해감에 따라 ‘사회·문화부문’에서는 인간의 심신을 회복하고 치유해주는 트렌드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은 “디지털 중독과 스마트폰 의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자원 부문에서 국제기구들의 환경규제가 심화되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친환경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친환경시대를 맞이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워싱턴 그리드락(Gridlock)’을 경제 부문의 주요 흐름으로 선정했다. 그리드락은 양쪽 진영의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 일이나 정책이 진행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빚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워싱턴 그리드락의 대표 사례다. 연구원은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해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특히 2020회계연도 예산 편성 때 의회가 지출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경기 후퇴가 촉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외에도 연구원은 경제 구조개혁 대신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중국의 ‘신묘(新猫·새 고양이)’ 정책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심신 치유 ‘충전 사회’ 등을 글로벌 10대 트렌드로 꼽았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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