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 언론, 국내외 경기 지표를 보는 기준 ‘엿장수 맘대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는 “괜찮다”, “좋다”하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 좋아지고, “나쁘다”, “안 좋다”할수록 정말로 나빠진다. 심리가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돈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연일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우려는 미국 내를 벗어나 국내 증권가까지 옮겨왔다. 이는 미국의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는 미국의 경기가 아직까지 견고한 확장 국면 속에 있음을 증명했다. 비농업부문의 고용이 전월 대비 31만2,000명(3.2%) 늘어나면서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 뿐만 아니라 최근 12개월 평균을 뛰어넘는 증가폭이다. 정보서비스 산업을 제외하고 교육·의료·건설업·제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노동수요가 지속됐다. 꾸준하게 노동수요가 있다는 건 기업의 상황이 비교적 괜찮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미국 경기 지표가 낙관적인 상황임에도 국내 증권시장의 분위기는 어둡다. 여기에는 미국 등 주요국에 의존한 국내 경제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깔려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기준에서 봐도 유독 좋았던 미국의 경기가 꺾였을 때 나타날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작동하고 있다. 요즘 보수 언론사들은 온갖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심리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꼬집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성장세가 둔화 흐름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는 당분간 ‘맑음’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물론 미국을 중심으로 대내외 변동성이 큰 리스크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장 큰 악재인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았고, 미국 연방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장기화 우려가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연방정부가 압박을 가하면서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월가까지 나서 기준금리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긴축이 경제 성장과 증권시장에 악재라는 입장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같은 압박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압박을 느끼고 있긴 한 모양이다. 12월 ISM 제조업지수의 하락도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을 터였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일련의 발언들은 그의 태도가 ‘매’에서 ‘비둘기’로 변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12월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가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미국의 2018년 4분기 GDP는 2.5~3.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3%에 달하는 성적을 낸다면 올해 평균 2.5% 내외의 성장도 기대할만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경기 침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양호한 경제 성적표를 해석하는 일부 언론들의 작태는 이중적이다. 각종 국내 경기 지표에는 ‘질적인 개선’은 등한시한 채 ‘양적인 수치’만 부각하면서 미국의 경기 지표를 볼 때는 표면적인 수치 대신 미래에 닥쳐올 불행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제적인 대응 위한 미래 전망과 분석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래 전망을 호도하고, 편향적으로 해석해 시장 참여자들의 눈을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중국 등에 의존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이용해 심리를 자극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국내 경기를 더욱 침체에 빠뜨리고자하는 듯한 일부 보수 언론의 정치적인 보도 행태는 자중해야 한다.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언론의 공적인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할 때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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