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불공정 거래의 전형, 제조업 경쟁력 갉아먹는 원흉”

"협력업체들이 무너지면 결국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최근 침체된 제조업과 관련,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전속거래에 묶여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 불공정 거래의 전형인 전속거래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개혁하려고 시도했으나, 대기업들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관료들의 책임 회피로 인해 몇 차례나 무산된 적이 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위기의 제조업 산업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결자해지와 같은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박근혜, 이명박 정권이 당연히 했어야 할 대․중소기업 전속거래 개선 등 제조업 개혁을 미룬 탓이 크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그나마 일자리를 지탱했던 제조업 협력업체가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가 크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조업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은 독과점, 그 밑에 다수의 협력업체들로 형성돼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정부의 정책으로 형성됐다. 정부는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 촉진법을 통해 자원이 부족한 상황 속 낭비를 막기 위해 대기업들마다 협력업체들에게 생산품을 지정해서 납품하도록 했다. 중복된 생산과 납품을 막기 위해 효율적인 정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980년대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고 대기업들은 설비투자에만 집중하며 R&D 투자는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정부의 산업구조조정으로 이른바 '빅딜'을 통해 독과점 형태로 변화됐지만 협력업체들은 빅딜이 없었다는 것이 이같은 제조업의 위기의 징조였다.
대기업은 줄었지만 협력업체가 줄지 않아 전속거래가 불공정 거래라는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불공정 거래가 심화된 것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알고 있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불공정 거래 관련 대기업과 몇 번의 (개선) 작업을 하려 했으나 대기업의 반발이 거셌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으로선 기술과 경쟁력을 공유하는 협력업체가 경쟁사의 협력업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해외 수익이 훨씬 더 많다. 해외직접투자와 해외현지 생산설비, 현지 협력업체의 구조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제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기 시작하니 문닫는 협력업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종속 관계 등 부조리한 실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사례를 조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기업 눈치를 보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섣불리 실태를 밝히길 꺼리기 때문이다.
대체로 제조업 대기업 한 곳당 협력업체는 많게는 5~6개까지 존재한다. 하나의 완성품을 위해 여러 회사들이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 경기 침체 등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중간에 있는 업체들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만약 중간 협력업체가 도산될 경우 그 밑에 있는 협력업체들도 줄도산할 우려가 크다.
이항구 위원은 "제조업의 근간인 협력업체가 흔들리게 되면 산업구조가 큰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어,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전속거래 제도의 개선 등 구조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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