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샌드박스’ 접수 첫날 다양한 아이디어 등장
유전체 분석 맞춤형 건강비결 등 대기업, 스타트업 신청

멀지 않아 도심에 수소차 충전소가 생기고, 종이 대신 모바일 공과금고지서가 발송될 수 있다. 또 은행 창구는 물론 인터넷뱅킹의 번거로움 대신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송금이 이뤄지고, 유전체 분석으로 맞춤형 건강 비결을 알려주는 합성생물학의 실용화가 가능해진다.
정부가 규제를 해소하거나 유예하는 취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 첫날 이처럼 신개념의 산업 아이템을 비롯, 모두 19건의 사업 아이디어가 신청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KT, 카카오 등 대기업부터 블락스톤과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규제 완화 신청을 했다.
ICT 융합 분야에서는 KT와 카카오페이가 ‘공공기관 등의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각각 신청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우편(종이)으로 고지 업무를 수행했지만, 정부가 이들 기업의 요청을 수용하면 카카오톡 알림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모바일 전자고지’가 가능해진다. 행정 비용이 절감되고 국민 도달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서비스(모인), VR 트럭(VRisVR), 온라인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조인스오토),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중개 온라인 서비스(올리브헬스케어), 센서탐지신호 발신기반 해상조난신호기(블락스톤) 등 9건의 임시허가·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산업 융합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도심지역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요청했다. 그간 현대차는 수소차 운전자들의 편의와 접근성을 고려해 서울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요청했다. 현 제도상으로는 국토계획법, 서울시 도시게획 조례 등의 입지·건폐율 제한 등 규제로 설치가 불가능하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부 지역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외에도 산업융합분야에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마크로젠),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제이지인더스트리), 전기차 충전 과금형 콘센트(차지인) 등 10건의 실증특례, 임시허가 신청이 접수됐다.
신청 접수된 사례들은 30일 이내 관계부처 검토와 심의를 거쳐 임시허가, 실증특례 여부가 결정된다. ‘실증특례’를 받으면 구역이나 기간 등을 제한해 안전성 등을 검증해볼 수 있고, ‘임시허가’를 받으면 즉시 시장 출시가 가능해진다. 관련 규제가 확실하지 않은 기업은 ‘신속확인’을 신청해 30일 이내에 답을 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1월중 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빠르면 2월 중 심의위원회를 각각 개최하여 준비된 안건부터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심의위원회는 분기별 1회 이상 개최를 원칙으로 하되, 시행 첫 6개월 동안에는 성과 창출·제도 안착을 위해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규제를 벗어나 신기술·서비스를 시장 출시(임시허가) 또는 실증(실증특례)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유망 산업·기술이 규제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를 없애주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선 허용, 후 규제’ 형태다. 어린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에서 유래했다.
기업이 새 제품·서비스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가 30일 이내 어떤 규제가 있는지 확인해주거나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소 2년 동안 관련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준다. 문의 후 한 달 안에 정부의 답변이 없으면 기업들은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제품 출시도 할 수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터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된다”며 “그동안 규제로 인해 꿈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한 모든 분에게 즐거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