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공시가격 현실화가 ‘정의’, ‘세금폭탄’론 펴는 보수언론 논리 ‘허구’에 가까워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세금폭탄’이다. 참여정부 당시 보수언론이 만든 ‘세금폭탄’프레임은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종합부동산세에 심대한 타격을 줄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세금’과 ‘폭탄’의 창조(?)적 조합은 부동산이 전혀 없는 시골의 촌부조차 ‘종부세 때문에 못살겠다’는 비명을 지르게 만들 정도의 세뇌효과를 낳았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회자된 건 참여정부 시기 뿐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연속해서 집권한 9년 동안 보수언론의 지면과 마이크에서 ‘세금폭탄’이라는 단어는 종적을 감췄다. 
그런데 사라진 듯 했던 ‘세금폭탄’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다시 우리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9·13부동산대책에서 공시가격을 현실화시키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표준 단독·다가구주택 22만호, 토지 50만필지에 대한 최종 공시가격 확정을 위해 심의가 끝난 가격을 고시하고 이의신청을 받자 보수야당과 보수미디어들이 일체단결해 ‘세금폭탄’을 합창하는 중이다. 보수야당과 보수미디어들은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공시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이는 곧 세금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시민들에게 열심히 전파하는 중이다.

보유세를 높이는 방법들 중 공시가격 현실화가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마땅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폭탄으로 프레이밍하며 공격하는 보수야당과 보수미디어들의 관점과 태도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상적 발전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만악의 근원이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부동산불로소득은 2015년 국내총생산의 22.1%에 해당하는 346조2000억, 2016년 국내총생산의 22.9%인 374조6000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세금의 형식으로 환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소유시에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금이 보유세(재산세 및 종부세)라면, 처분시에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금이 양도세다. 양도세는 동결효과가 발생할 뿐 아니라 보유세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등한 세금이다. 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에서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데 반대하는 학자는 없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 관건은 보유세를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대한민국 조세체계상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부세로 구분된다. 재산세는 지방세이며, 종부세는 국세다. 대한민국은 보유세가 낮기로 유명한 나라다. 대한민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고작 0.16%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실거래가 10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 보유세를 160만원 내는 셈이다. 보유세가 이렇게 낮으니 기대수익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돈만 있으면, 돈이 없으면 빚이라도 내서, 부동산투기에 온 국민이 골몰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가장 긴절한 건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현재 실거래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보유세의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아파트가 고작 실거래가의 65%수준이고, 단독주택은 30~40%수준이며, 재벌 등이 보유한 토지는 35%수준에 머문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부동산 유형별, 지역별, 가격대별 차이가 큰 것도 문제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과세기준을 확 끌어내리는 것이며(과세대상이 늘어나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아진다), 셋째는 세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과세 구간이 동일하더라도 세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아진다)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 것이 실거래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이다. 세금을 내려면 당연히 실거래가에 가까운 과세기준을 적용해야지 왜 과세기준을 낮춰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단 말인가? 지금의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는 국가가 사실상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반대하는 논거들을 반박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보유세는 지금보다 한결 강화되어야 하고, 그 첫걸음은 공시가격의 현실화다. 이는 조세정의와 형평성에 완전히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에 반대하는 논거들이 미디어마다 범람한다. 우선 국토부가 공시가격 평가에 사전 개입하고 있으며 공시가격을 공시하는 권한이 마치 감정평가사들에게 있다는 식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르면 표준지 공시지가를 조사 평가하고 중앙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공시하는 주무관청의 장을 국토부 장관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표준지 공시가격을 결정·고시하는 권한이 국토부장관에게 있음은 자명하다. 부동산 감정평가사는 법률에 따라 국토부 장관의 의뢰를 받아 평가 업무를 위임수행하는 전문가일 뿐이며, 따라서 표준지공시지가의 결정 및 공시권한이 있을 수 없다.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면 보유세도 덩달아 폭등한다는 이른바 ‘세금폭탄’론도 터무니 없는 거짓선동에 불과하다. 공시가격 기준 3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는 직전연도 대비 5%, 3억~6억원 주택은 10%, 6억원~9억원 주택은 30%가 세부담상한이다. 즉 공시가격이 전년에 비해 아무리 올라도 세부담 인상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참고로 최근에 고시한 표준단독주택 중 95%가 공시가격 5억원 이하다. 주택을 소유한 시민 대다수가 기껏해야 몇만원 더 부담하는 걸 가지고 세금폭탄 운운하는 건 침소봉대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런 걸 기우(杞憂)라 한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전체 세대 가운데 2.1%에 불과하다. 게다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만 부과되는 종부세는 전년 대비 50%이상 세부담을 늘릴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전년 보다 세부담이 100%까지만 늘어날 수 있다. 10~30%에 이르는 고령자(60세 이상) 세액공제와 20~40%에 이르는 장기보유자(5년 이상)세액공제를 감안할 때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이 부담해야 할 보유세 부담은 더 줄어든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80%가량 올랐다는 소식과 작년 9월 서울의 소득대비아파트 가격(PIR)이 사상 최초로 13.4(이는 서울에서 중간소득 가구가 평균가격의 집을 사는데 한푼도 쓰지 않고 대략 13.4년이 걸린다는 뜻이다)을 돌파했다는 소식 앞에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소액의 보유세 부담에 엄살을 떤다는 건 염치 없는 일이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건강보험료가 폭등하고 기초연금 탈락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건강보험료는 재산, 소득, 자동차 소유 여부 등을 따져 등급표로 계산한다. 따라서 공시가격 인상은 건강보험료 산정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설사 특정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30% 상승한다고 해도 건강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약 4%수준이라고 정부가 밝힌 바 있다.
기초연금도 건강보험료와 양상은 비슷하다. 백보를 양보해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 산정기준을 초과해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이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자리를 더 가난한 수급자가 채울테니 근심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정부는 건강보험료의 경우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담을 줄여나가고, 기초연금의 경우 선정기준액 조정 등의 방안을 마련해 공시가격 인상이 복지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세금폭탄이라는 자들은 시장경제의 파괴자들

대한민국의 부자는 거의 전적으로 부동산부자들인데, 이들은 남들이 피땀 흘려 만든 가치를 부동산투기를 통해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시장경제의 파괴자들이다. 부동산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뻔뻔함이다. 이들은 남이 뼈빠지게 일해서 만든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하면서도 세금이라면 경기를 일으킨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남이 만든 것도 내 것인데, 세금은 죽어도 내기 싫다'는 것이 부동산  부자들의 멘털리티인데 이런 걸 도둑 심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경제의 적들이 떼지어 합창하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하시라!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정의(justice)다. 대한민국의 주권자 다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열렬히 지지한다.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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