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금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호에 언급한 부동산 구입 등 거래에 따른 금융뿐 아니라 주택건설이나 도시재생을 비롯한 다양한 부동산개발사업에도 다양한 형태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금융부분은 주택건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주택건설업체들은 토지확보에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토지확보 후 사업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주택을 분양하고 건설에 들어가게 되는데, 계약금이 들어오는 주택분양 때까지의 자금은 대체로 금융자금에 의존한다. 주택분양이 늦어지면 그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주택업체들이 미분양을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분양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분양이 생길 경우 잔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음 사업을 위한 자금확보는 고사하고 자칫 회사의 존폐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분양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사업승인이 늦어지거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거나 할 때 등이다. 사업승인이 늦어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손치더라도 시장상황에 따른 분양지연은 업체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곤혹스러움에 빠뜨린다. 분양을 하자니 미분양이 걱정되고, 분양을 늦추자니 금융비융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더러 시장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금융비용 부담이 두려워 분양을 강행하기도 하지만, 분양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업체로서는 더 큰 부담을 떠안기 십상이다. 결국은 금융비용 문제도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미분양에 따른 자금압박까지 겹치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최근들어 부동산신탁사업이 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금융비용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즉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업체들이 부동산신탁회사에 사업을 위탁함으로써 사업에 따른 이익은 줄어들더라도 금융비용 등을 비롯한 자금부담을 덜수 있기 때문이다. 곧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각종 부동산개발사업에도 금융은 필수적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부동산펀드 등은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된 금융이다. 대형 토목공사나 플랜트 사업, 신도시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금융기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부동산펀드 등은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성을 창출하는 투자집단이다.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심재생 뉴딜사업 또한 금융지원이 없이는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다. 도심재생사업은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니 만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이 지원된다.

 

부동산금융은 한 나라의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이 부동산과 연관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기관을 통한 직접 조달금융 외에도 부동산신탁이나 부동산펀드 등 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에 연관되는 금융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얼마전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현황과 업권별 리스크 관리방안이라는 자료를 통해 부동산의 그림자금융 리스크에 대한 사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그림자금융 잔액은 4697000억원으로, 시장이 침체할 경우 80조원이 부실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이란 은행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아닌 부동산금융을 말한다. 즉 부동산신탁이나 부동산펀드, 자산유동화증권, 비은행권 PF대출, 개인간 거래인 P2P대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중 부동산수탁액이 240조여원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펀드도 140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금은 건전성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시장상황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들 자금이 부실화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임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도 바로 미국의 주택대출 파생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에서 촉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이른바 도드-프랭크 법을 제정했다. 당시 상원 금융집행위원장인 도드 의원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인 프랭크 의원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영역 분리, 파생금융상품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지난해 5, 이 도드-프랭크 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해 도드-프랭크 법의 완화를 주장해온데 따른 것이다. 금융규제 완화로 미국의 중소 및 지방은행의 금융규제가 크게 풀렸으며, 이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 창립총회가 열렸다. LH와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투자협회, 한국리츠협회, 리츠AMC사 및 건국대 등이 참여해 설립한 이 포럼은 우리나라 부동산금융투자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창립총회를 통해 그 취지를 밝혔다. 앞으로 특히 리츠와 부동산펀드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포럼의 설립 의미는 무엇보다 앞으로 부동산금융 투자의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늦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정부나 민간 금융기관이나 그간의 주먹구구식 부동산금융 투자에서 벗어나 보다 선진화된 제도마련과 기법 도입 등 글로벌 금융투자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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