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용직 퇴직금’ 둘러싼 갈등 빈발, 파주․안산․양주 등 제조업 밀집지역 분위기 ‘심란’

건설용역업체 A사(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H대표는 최근 비상근인 일용직(일당 노동자) 노동자들의 퇴직금으로 뭉칫돈이 나가게 되어 고민이 크다. 그는 “5~10년 정도 일했던 ‘일당쟁이’들이 한꺼번에 일을 그만 둔다며 퇴직금을 청구하고 나섰다”며 “가뜩이나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졸지에 3~4억원의 거액을 지출해야 해서 큰 걱정”이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노동부 지청과 노무사들의 자문을 구했으나, 돌아온 답은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대기업과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제조업체들이 최근 일용직 퇴직금 문제로 이처럼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작은 제조업체나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에선 요즘 이로 인한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인 경기도 고양시 외곽과 파주시 월롱면, 탄현면, 법원리, 교하산업단지, 남양주 별내, 양주시, 안산 시화공단, 인천 검단, 김포시의 공단 지역이 그런 곳들이다.
이곳 제조업체들은 그 동안 “정규직, 계약직 등 4대보험에 가입한 고용관계인 경우만 퇴직금 지불 대상”으로 여겨왔다. 사실 이런 인식은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나 영세 자영업주들의 상식처럼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의 허와 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탓에 뒤늦게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 간의 ‘프린랜서 전성시대’와도 맞물려 어려움이 크다. 전기, 용접, 전자 조립, 인테리어, 미장, 간판 시공 등의 제조업 현장에선 굳이 ‘정규직으로 매여’있기보단, 프리랜서로 자유 노동을 선호하는 인력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황이 구조화된 2010년 이후엔 숙련 노동자들 간에 이런 추세가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대체로 월수입도 ‘직장에 매여있는’ 경우보다 월등히 많다.
용접과 내외장 인테리어나 LED조명간판 조립 등의 숙련공들의 일당은 23만~35만원선이다. 대략 한 달에 보름 정도만 일해도 먹고살 만하다. 반면에 10년 이상의 비슷한 숙련도를 지닌 ‘월급쟁이’들은 연봉 3천만원선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 때문에 너도나도 프리랜서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영세 제조업체들로선 그 동안 정규 상근인력 대신 일감에 맞춰 탄력적으로 이들 일용직 노동자들을 불러 쓰는게 편했다. 물론 “일용직이어서 퇴직금 걱정도 없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들 제조업체들은 보통 한 달에 보름 정도씩, 그리고 적게는 2~3년, 많게는 5~10년 정도 사실상 고정으로 이들 프리랜서들을 불러다 쓰곤 했다. 그런 어느 날 이들이 “그만 둘테니 퇴직금 정산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현행 ‘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년수 1년 이상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평균임금은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퇴직일자) 이전 3개월 간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이는 4대보험 가입 및 사업소득세(3.3%) 공제 여부와 관계없다. 실제 일을 시작한 날(입사일)과 그만 둔 날(퇴사일) 기준으로 산정하며, 일용직으로 근로하였다고 하여도 계속 근로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주 15시간 이상이라면 퇴직금이 발생한다.
이런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그냥 일당쟁이니까~”라는 편한 생각으로 프리랜서를 ‘애용’했던 많은 영세업체들은 요즘 그야말로 ‘퇴직금’ 폭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노동부 고양지청이나 안산지청 등엔 매일 이로 인한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상담과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파주시 월롱면의 한 알루미늄 프레임 제조업체 대표 K씨도 그런 케이스다. 지난 달 수 년 간 일을 맡겼던 일용직 노동자로부터 퇴직금 요청을 받았다는 그는 “세상에 이런 ‘상식’에 안 맞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는 한이 있더라도 ‘소송’까지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현행 노동관련 법규에 해당 규정이 있는 만큼 K씨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노동부 고양지청에서 자문하는 노무사 A씨는 “정규, 비정규 혹은 상근 여부와는 무관하게 계속 근무 일수가 365일을 넘고, 매주 15시간 근무일수가 넘을 경우 무조건 퇴직금을 주게 되어있다”면서 “사업주들은 이런 사실을 미리 숙지하고, 잘 대처해야 나중에 다툼이 생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점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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