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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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며 23건, 24조원의 막대한 공공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17개 광역단체가 신청한 32개 사업, 68조원 규모 중 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처리된 결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직접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으나 대규모 공공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통과가 어려워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수십조원의 국민혈세를 사전 검증 절차인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무시하고 지자체별 나눠주기식 토건사업에 쏟아붓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도입된 이유가 예산낭비 방지와 공공사업의 효율성 제고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김대중정부가 국가부도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핵심정책이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이다. 
정부는 1999년 3월 20% 예산절감을 위한 “공공건설공사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예타제도가 없었을 때 추진된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사업비가 최초 6조원에서 20조원까지 증가했고, 사업기간도 6년이나 늘어났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99년 4월에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5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014년까지 예산절감액은 9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강행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면제요건을 기존 5건에서 10건으로 확대하는 시행령을 개정,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국감자료로 제출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현황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는 10건에 1.9조원정도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88건에 60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금까지 예산낭비, 환경파괴로 국민에게 고통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는 4대강 사업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4대강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추진된 토건사업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새누리당 정권은 여전히 국가주도형 개발모델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경제가 그것입니다. 관치경제 모델은 잠시 외형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나중엔 오히려 족쇄가 됩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토건경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집권 2년도 안 돼 대대적 예비타당성 면제 추진으로 스스로 토건정부임을 선언하며 국민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홍남기 부총리는 4대강 사업과는 다르다며 지역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지만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다.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경제성 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과 정책성을 종합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제대상 사업중 남북내륙철도(사업비 4조7천억원) 등 7개 사업은 과거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낮은 점수로 탈락됐던 사업이다. 결국 경제성 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등의 효과도 미비한 토건사업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으로 포장하여 지자체에 선심쓰듯 나눠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에도 이번 조치가 작년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이 제안한 ‘1광역단체 1예타면제’를 정부가 수용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고용창출도 실효성이 낮다. 이명박 정부도 4대강 사업을 통해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도 대규모 토건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재벌건설사들의 노임착취로 일한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외국인노동자들과의 일자리 경쟁으로 현장에서조차 내몰리는 현실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건설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대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토건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커녕 재벌건설사 배불리는데 악용되고 국민혈세를 낭비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으로 포장하여 혈세낭비 토건사업을 강행한 토건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예비타당성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만일 강행할 경우 법적 책임은 물론 이후 총선에서의 국민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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