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기사형 광고 살포, 온갖 매체들 받아쓰고 네티즌 클릭, 검색순위 치솟아
31일에도 ‘한정특가’, ‘쿠폰 혜택’, ‘할인 이벤트’ 등 상위 점령, “소비자 기만” 지적도

노골적인 광고성 ‘낚시 제목’이 네이버 등 포털의 검색어 상위그룹을 차지하는 사례가 날로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결국은 심각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둔 시기여서 이런 현상은 한층 심해지고 있다. 31일 오전에도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중 ‘위메프 리프레시 특가’가 1위를 차지했고, 역시 같은 ‘리프레시 특가’가 3위에 랭크되었다. 또 ‘베스킨 라빈스 31’이 9위에 올랐다. 
1위에 오른 ‘위메프 리프레시 특가’를 클릭하면, 다시 ‘오전 11시·오후 11시 한정특가…배너 클릭’이란 광고문구가 뜬다. 문제는 이 문구를 그대로 복사한 ‘기사’가 수 십 개의 신문, 잡지, 인터넷매체에 그대로 게재되었다는 점이다. 각종 매체들이 이 회사가 보도자료(?)로 제공한 기사형 광고를 자구 하나 고치지 않고 충실히 전재한 탓이 크다.
정오 이전까지 9위에 랭크되었던 ‘베스킨라빈스31데이’ 역시 마찬가지다. 검색어를 클릭하면 그야말로 ‘좌~악’ 관련 광고성 기사가 실린 온갖 크고 작은 매체들이 도열하듯 펼쳐진다. 이들 매체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이 회사가 ‘31일 하루동안 '31데이'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광고성 기사답게 아이스크림 종류별로 가격을 명시하며 쿠폰 등 혜택까지 구구절절 소개한 ‘친절한’ 기사 아닌 기사들이 이어진다.
이는 기사 형태를 빌린 ‘기사형 광고’가 하나의 광고 유형으로 자리잡은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광고 카피와 이미지로 된 광고 시안이 특정 매체에 게재될 경우, 이를 본 다른 경쟁 매체들이 마치 ‘벌떼’처럼 해당 광고주에게 똑같은 광고를 요구하는게 종전의 관례였다. 광고주로선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아예 기사 형태의 광고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0년 무렵 일부 스포츠 신문에서부터 시작된 ‘기사형 광고’는 그후 경제신문과 중앙일간지 등에까지 확산되며, 최근엔 이미지와 카피로 된 광고 못지않게 매체광고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문제는 광고주가 이런 기사형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크고 작은 온갖 매체들이 이를 그대로 전재하면 많은 독자들이 이를 ‘클릭’하면서 자연스레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때론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한 착시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경우에 따라 심각한 여론 왜곡을 초래하기도 한다.
적어도 31일 오전까지는 사회적 관심이 큰 시사 뉴스는 단연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오전 8시가 조금 지날 무렵 급속히 퍼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도 빅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경수’는 10위를 맴돌다가 정오가 지나선 20위권으로 밀려나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오전에는 8~9위에 머물다가, 정오가 지나서야 6~7위권으로 상승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대신 앞서의 ‘위메프 리프레시 특가’나 ‘베스킨 라빈스 31’은 오전 내내 1~3위, 혹은 8~9위를 지키다가, 오후 1시가 다 될 즈음 20위권 밖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 직전 4~5시간 가량은 유력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막대한 광고 효과를 누린 셈이다. 그래서 최근 많은 기업체들은 일부러 기사형 광고를 여러 군소 매체들에게 살포하다시피한다. 그러면 온라인상에서 클릭수가 많아지고, 덩달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그야말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속임수라는 지적이다. 나아가선 공공의 취지를 살려야 할 포털사이트를 오염시키는 ‘반사회적’ 행위라는 비난까지 뒤따른다. 네이버나 다음 등 유력한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랭크 공간이 특정한 기업체의 상행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사유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T 관련 잡지 기자로 근무하며 ‘검색어’ 순위 매김의 과정에 늘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A씨(38)는 “확언할 순 없지만,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순수하지 못한 모종의 ‘의도’ 가 늘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면서 “무조건 ‘클릭’ 수만으로 ‘검색어’ 순위가 정해지는 메커니즘 자체가 자칫 여론을 왜곡하고, 대중의 관심 타깃을 엉뚱한 곳으로 돌릴 소지가 너무나 크다”고 꼬집었다.

김점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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