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심도’ 토론회, GTX-A 노선 주민 기습 시위로 무산, 향후 ‘험로’ 예상
“압구정현대APT 통과 원안보다 경제성․안전성 떨어지는 변경안 강행” 항의

국토교통부가 31일 건설기술회관에서 GTX-A 노선 관련 지하 대심도 개발기술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나, 돌발 시위로 무산됐다./사진=이해리 기자
국토교통부가 31일 건설기술회관에서 GTX-A 노선 관련 지하 대심도 개발기술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나, 돌발 시위로 무산됐다./사진=이해리 기자

예타안과 달라진 GTX-A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돌발 시위를 벌이면서 국토부가 개최한 ‘대심도’ 공개토론회가 정회 끝에 결국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31일 건설기술회관에서 GTX 등과 관련해 지하 대심도 개발기술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파주시 교하면, 강남구 청담동, 관악구 등 GTX-A노선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으면서 이를 진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그러나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의 개회사 도중 ‘GTX-A 노선변경추진 청담동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돌발적인 시위를 벌이면서 토론회는 중단됐다. 해당 주민들은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정부를 대변하러 온 학자들”이라면서 “그렇게 안전하면 당신네들 집 밑에 깔아라”주장하며,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청담비대위에 속한 주민들은 “GTX-A 노선변경”, “연약지반 터널붕괴, 지반침하 열차탈선” 등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나와 현재 GTX-A 노선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비대위는 국토부에 요청한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관통하는 기존 노선(예타안)이 다수의 민원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해 비교적 소수인 청담동 주택가를 통과하는 현재 노선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청담동의 지반 특성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노선의 길이도 최단 길이였던 예타안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담동 주택가를 통과하는 GTX-A 노선은 총 길이 6,900m로 예타안(6,650m)보다 250m 길어진다. 
이에 비대위는 ‘강남구 대안’ 노선을 제안하면서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영동대교를 우회하는 강남구 대안 노선에 대해 비상시 승객피난거리가 1,961m에 달해 과다한 점을 들어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대위는 전문가 의견을 통해 단선병렬 터널 설계로 변경하면 대안노선의 승객대피거리가 1,000m로, 현재 기본 계획 노선의 대피거리인 1,780m보다 780m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담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주정훈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애플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본계획서상의 진동 모델을) 시행사는 돈이 더 든다는 이유로 2차원, 3차원 프로그램 중 2차원 모델을 가지고 허용 기준치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비대위에서 ) 직접 3차원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담동 주민 A씨는 “아무런 설명도 동의도 없이 결정하고 발표하고 착공식을 했다”며 “노선변경이 되지 않으면 돈이 들더라도 재판까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들으러 왔던 일부 참석자들은 “(청담비대위 측이)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 이러는 것 같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소수에 불과했다. 
이날 토론회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시위가 격앙되면서 처음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비대위 주민들은 아예 단상을 점거하고, 각종 구호가 씌어진 피켓을 들고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피켓을 빼앗아 시위를 저지하려는 주최측과 주민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주최 측은 개회사 이후 순서를 진행하지 못하고 일단 20분간 정회를 선언했으나 주민들 항의와 시위가 계속되자 결국 토론회를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는 애초 이런 주민들 민원을 해소하고, 전문가들의 논리를 빌려 갈등을 풀어보려는 취지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골이 깊은 갈등만을 확인한 결과가 되어서, 향후 GTX-A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이해리 ․ 유현숙 기자
사진=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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