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당시와 다른 변경안 의문, 거리·비용 증가 불구 “힘있는 사람들 민원 우려”

“변경된 노선은 거리가 250m 증가하고 돈도 수백억 원이 더 들어간다. 로비가 들어갔는지 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 건지…” GTX-A 노선 변경에 격렬히 항의하고 있는 청담동 주민들은 변경안이 ‘압구정아파트단지 우회’가 결정적 원인이라며 이런 의심을 하고 있다. 
GTX-A 노선 원안과는 달리 수정된 변경 노선이 통과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예비타당성 조사’와는 다른 변경안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변경안 노선이 통과하는 청담동 주민들은 “(애초 원안이) 저항과 압력이 더 심할 것 같은 곳을 우회하기 위해 변경안을 새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31일 <애플경제>가 입수한 GTX-A 노선 설계 원안과 변경안 자료에 의하면 본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당시 GTX-A 노선은 압구정동을 통과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나는 것으로 설계된 이 노선은 대부분 도로를 지나고, 한강을 건너는 거리도 짧다. 
그러나 예타 이후 확정된 기본계획안에는 통과 노선이 좀 더 강 상류쪽으로 올라가서 올림픽대로를 끼다가 청담동 주택가를 지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고, 마침내는 31일 국토교통부가 후원한 ‘GTX-대심도 토론회’장에서 격렬한 기습 시위가 벌어져 토론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변경된 노선의 지역 주민들은 시위 현장에서 “원안에 있는 (압구정동) 통과 노선은 이해 관계자들의 로비가 있었거나, 힘 있는 계층의 압력이나 저항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청담동 주민들에 의한 ‘청담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기본실시계획 보고서와 실시설계보고서를 입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열람한 ‘노선대안 검토’ 부분을 보면 ‘예타안은 서울역과 종점을 잇는 최단거리 노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변경안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우회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의 변경안 결정을 위한 검토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예타안은 서울역과 종점을 잇는 최단거리 노선이나, 한남재정비 개발지구 저촉이 다수 발생하며, 압구정 현대아파트 직하부 통과로 사유지 저촉이 다수 발생하여 집단 민원 우려’
‘예타안의 압구정동 주택단지 우회통과계획에 따라 노선 연장이 0.25km 증가한, 올림픽대로 하부 활용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및 대단위주택단지 저촉을 최소화하고, 한남재정비 촉진지구 저촉을 최소화하여 민원측면에서 유리한 기본계획 선정’
이라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검토안 문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우회가 사실상 중요한 이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직하부 통과로 사유지 저촉이 다수 발생하여 집단 민원 우려”를 전제하며,  “압구정동 주택단지 우회통과계획에 따라 노선 연장이 0.25km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대로 하부 활용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및 대단위주택단지 저촉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청담비대위회 소속 최영해 씨는 노선 변경의 가장 큰 이유가 ‘압구정아파트단지 우회’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노선이 변경된 이유가 가관”이라면서 “압구정현대아파트 관통으로 다수 집단 민원 저촉이 우려되어 소수 주택인 청담동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 앞에서는 움츠러들고, ‘약한 자’ 앞에서는 밀어붙이는 이러한 정부의 불공정성에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측은 “더욱이 국토부는 ‘다수의 민원’을 피하기 위해 변경했다고 하지만, 실제 복선 터널 폭으로 경우 기본 계획 노선과 예타 노선은 통과 세대의 수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압구정현대아파트 단지를 피해가기 위해서 원안을 바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대위측은 특히 청담동 지하 토양의 특질상 지반이 불안정하고, 언제든 안전사고의 위험이크다고 불안해한다.
실제로 ‘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청담동 지역은 암질 치수가 나쁜 편마암 지역으로 다수의 파쇄대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강 인접 지역의 경우에는 암반대의 종류와 형상이 매우 불안정하다. 특히 청담 지역의 경우 암반 품질 지수가 100점 만점에 13~18점에 불과한 불량 지역이 다수 존재한다. 
비대위는 “철도 터널 내 지하수 배수로 인한 토사층의 지하수 감소가 발생하고 한강수가 유입 되면서 이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때 토사가 쓸려나면서 지표의 건물이 경도, 침강, 붕괴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붕괴된 상도동 유치원은 취약한 암반인 편마암지반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에서 청담동과 유사하다”며 “국토부는 지반조사보고서를 국가기밀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영해 씨는 “사업추진경위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최 씨는 “6가지 사안(2014년부터 착공식까지 총 14가지 사안 중)이 착공식 한 달 전부터 연달아 결정되거나 승인됐다”며 “이것이 ‘날치기’, ‘막치기’ 졸속 착공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비대위 중심의 청담동 주민들은 끝까지 법적 투쟁을 한다는 기세다. “돈이 얼마가 들건, 대법원까지 가는 한이 있어도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상금’ 조건부에 대해서 이들은 펄쩍 뛴다. 한 주민은 “저희 청담동 사람들은 다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라면서 “결코 돈 몇 푼을 보고 이런 시위나 항의에 나선게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비대위 기술 자문단의 주정훈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밀어붙이는 사회’는 아니지 않나, 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70년대식 개발독재를 되풀이하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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