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주민비대위 기술자문 주정훈 군산대 공대 교수, “기존 변경안, 안전에 문제”

지난 달 31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심도 건설기술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었지만, GTX-A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청담동 주민들의 시위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들 주민들로 구성된 ‘청담주민비대위’는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와 달라진 노선 변경안의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청담주민비대위 ‘전문가 기술 자문단’의 주정훈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애플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강 하저를 일부 우회하는 강남구 대안 노선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하다”면서 변경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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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GTX-A 노선이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때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A. 원래 계획은 압구정동을 통과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나는 것으로 이 노선은 학교 운동장과 공원을 지나면서 대부분 도로로 가고, 강을 지나는 거리도 짧다. 예타 이후 기본계획안에는 노선을 위로 올려 청담동을 지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되면 거리가 250m 증가하고 공사기간과 공사비용도 더 늘어난다. 돈은 수백억 원이 더 들어간다. 
청담 지역 지반 조사 결과를 보면 암석 등급이 1~5등급 중 4, 5등급 지역이다. 철도는 안전하게 지나가게 만들 수 있다. 굴을 뚫으면서 껍데기를 단단하게 하면 되지만 위는 물렁하니까 문제가 된다. 실제 서울 지하철도 주택가 밑을 지나는 노선은 많지만 시속 40㎞ 정도의 저속이다. 지하철 역 중간 터널 부분도 최대 빨라봐야 60㎞다. GTX는 180㎞를 지나간다. 그러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진동에너지가 커진다. 60에 180이면 3배니까 9배다. 9배가 커진다. 이것이 문제다.

Q. 청담 지역은 파쇄대가 다수 존재한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는지?

A. 정부사이트에 정보공개요청을 해서 기본계획보고서와 실시설계보고서를 받았다. 기본계획 보고서의 암반 분류 결과를 보면 청담동 지역은 암질 치수가 나쁜 편마암 지역으로 다수의 파쇄대가 존재하고 있다. 암반이 조각조각 깨져있다. 품질 지수가 100점 만점에 13~18점에 불과한 불량지역도 다수 존재한다. 

Q.  이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는?

A. 이러한 경우 철도 내 지하수 배수로 인한 토사층의 지하수 감소가 발생하고 한강수가 유입되면서 이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 때 토사가 쓸려나면서 지표의 건물이 경도, 침강, 붕괴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청담동과 유사한 지반조건을 가지고 있는 인천 동구 삼두1차 아파트의 경우, 제 2외각 순환고속도로의 북항터널을 발파 공법으로 굴착하고 있어 끊임없이 지반의 토사가 유출되며 지반 침하를 가져왔다. 또 지난해 9월 붕괴된 상도동 유치원은 취약한 암반인 편마암지반위에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에서 청담동과 유사하다. 지반침하가 우려되고 상부 건물에 균열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제2의 상도유치원이 될 수 있다.

Q. 인근 주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다고 하는데?

A. 철도가 지나갈 자리에 주택이 있으면 시추를 못해보고, 시추 대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기본계획안을 보면 암반 내의 터널을 운행하는 열차의 진동원에서 40미터 떨어진 주택가 건물에서의 진동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기준치인 0.2 cm/s이하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청담동 지역은 한강 인접 구역이어서 습지였던 곳이다. 현재 카일룸, 건영, 현대, 목화, 씨티 등의 아파트를 건설할 때 콘크리트 파일을 암반 층 상부까지 많이 깔았다. 수치 모델에서는 암반층 상부를 댐핑 능력이 좋은 토사층으로 처리했다. 시멘트 콘크리트 구조물인 파일이 암반층 상부에 연결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진동이 단단한 구조물인 파일을 통해 지표의 건축물로 바로 전달된다. 
철도 터널 상부와 지표가 콘크리트 파일로 연결되면 사질토(퇴적층, 매립층)로 채워져 있을 때의 57.4 dB(V)보다 70배 큰 94.3 dB(V)를 나타냄을 보고한 연구가 있다. 콘크리트 파일이 시공될 경우 터널 내의 진동이 100% 상부로 전달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 사실은 40m 심도의 터널이 통과하는 경우 상부에 어떠한 건물도 파일 시공 방식으로 기초 공사를 할 수 없으며 이는 소유주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또 우리나라 법상 발파는 64dB 이하만 허용이 나는데, 이를 통과하도록 조작해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Q. 국토부에 대안노선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A. 영동대교를 우회하는 대안노선을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비상 시 승객의 피난거리가 제일 과다하고, 방재 안정성 확보에 취약하다는 사유를 들었지만 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예타 노선, 기본계획 노선, 강남구 대안 노선을 비교했을 때 안전한 대심도로 시공하고 가장 경제적으로 설계한다면 예타 노선이 가장 비용 대비 효용이 높으며 고속철의 의미에도 잘 부합한다. 다수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 변경 했다고 하지만, 실제 복선 터널 폭으로 비교했을 때 기본 계획 노선과 예타 노선은 통과 세대의 수에 차이가 거의 없다. 
한강 하저를 일부 우회하는 강남구 대안 노선의 경우 영동 대교 남단에 승객 대피구를 설치하면 사고 시 피난 거리가 900미터 정도로 감소해 기본계획의 1,780미터 보다 훨씬 안전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GTX 노선이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설이 되기를 원한다. 앞으로 북한과 우리가 통일이 되는 것도 중요하고, GTX는 북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 된다. 42㎞만을 건설한다고 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떠나서 앞으로 우리 한반도 전체를 연결할 수 있는, 도시와 도시간의 표준적인 대심도 고속철도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
불행을 만들어나가며 밀어붙이는 사회는 아니지 않나, 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어야한다. 이번 건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당연히 있고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데, 너무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70년대식 개발독재를 지금의 사회에서 다시 되풀이하는 잘못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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