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공유지의 비극’의 주인공, 세금
한국판 ‘공유지의 비극’의 주인공, 세금
  • 장영철
  • 승인 2019.02.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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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사람이 소비라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자기 것은 아끼고 남의 것은 넘보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태생적으로 타고 난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사냥을 하여 먹더라도 남는 것은 다른 동물들에게 넘기므로 남는 것을 별도로 보관한다는 개념이 없는 데 비해, 인간은 미래를 대비하는 고등동물답게 남는 것을 보관하여 미래에 소비하거나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 등의 경제행위를 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이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면 합리적 교환의 원리가 작용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전쟁의 원리가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노래도 있듯,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 간의 전쟁은 그야말로 국가나 공동체 간의 목숨을 건 혈투가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전쟁역사는 비록 겉으로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러한 탐욕을 실전으로 보여준 기록인 것이다.
이러한 남의 것을 빼앗는 전쟁의 원리가 꼭 적대적 국가 간에서만 나타난다고 할 필요는 없다. 나라 안에서도 권력을 쥔 자가 권력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사하고, 그 결과 자기 소유를 부당하게 빼앗긴 자들은 반발하는 적대적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사례는 늘상 있는 일이다. 우리의 과거 조선 당쟁사를 보면 당쟁에 함몰된 파당들은 서로 간에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서로 극렬하게 싸우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권력 교체에 성공한 파당들은 한결같이 종전에 부르짖던 대의명분보다는 파당의 이익을 위하여 골몰한다는 점이다. 소위 ‘고된 시집살이했던 며느리가 더 엄한 시어머니가 된다’ 는 속설처럼 탄압받았다고 주장하던 집단들이 종전의 집단보다 더 센 권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개구리가 되었는 데 올챙이적 생각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미국의 생물학자인 가레트 하딘(Garrett Hardin)은 1968년 12월 13일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공유지의 비극’에서 ‘공유 자원에서 보장되는 자유는 모두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딘은 각 개인이 자기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자기의 목초지보다 공유 목초지를 우선 소비하므로 공유목초지가 황폐하게 된다는 비극임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상의하여 조정할 경우 공유목초지가 그렇게까지 황폐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체 유지를 의식하면서 어느 정도 양보와 타협을 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치 계층의 파당성은 조선시대 못지않고, 국민들도 타협 조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의 공유목초지는 꼭 초지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여 얻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징수한 세금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공동체를 위하여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거나 가치가 없는 사업에 정략적으로 포장하여 사실상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세금을 쓰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공유지의 비극’의 초지로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배고프니 ‘황금알을 낳는 닭’을 우선 먹고 보자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 개발 초기의 국민들과 지도자들이 겪은 배고픔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이지만, 경제를 일으킨다는 미래비전을 갖고 수출품을 만들고 수출과 관련된 산업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노력하여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경제발전의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은 크게 늘어났고, 누진세율이 적용되면서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은 크게 늘어난 반면, 세금을 안내는 인구도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렇게해서 모여진 세금을 ‘공유지의 목초지’처럼 여긴다면, 완공된 시설의 관리 비용도 마련하지 못하는 경제성 없는 건설사업, 최저임금을 자영업자의 부담한도를 초과하는 보통임금으로 만들어 놓고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임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일, 연간 7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공교육 덕분에 학부모의 사교육부담을 가중시키는 일,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으로 현금을 나누어주면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일 등을 하게 된다. 결국, 공유목초지를 공유황무지로 바꾸는 일이다. 과거 경제위기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의 재정이 이제는 세계적 경제 위축,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적자재정으로 바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때에 재정의 규율을 재정립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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