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제안, “‘디지털경제’ 푸틴 코드 활용, 과학기술 및 가공산업 주목해야”
“중․일 극동지역경제 쟁탈전 벌이는데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선 중국이나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주 발표한 “러시아 극동지역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 보고서는 “UN 대북제재 해제 추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고려하여 러시아 측 협력을 최대한 유도하고 남․북․러 수송망 구축과 더불어 유라시아 시장 확대에 필요한 수출형 제조업 분야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이런 판단은 디지털 경제와 혁신에 방점을 찍은 제4기 푸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푸틴 정부는 이를 위해 특히 블라디보스톡의 루스키섬(Russky Island)을 대규모 과학·기술 연구센터와 디지털경제 거점지역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최근 극동에 한층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입지나 위상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러 협력의 최우선 대상 지역은 러시아 극동지역이다. 푸틴 정부는 극동개발을 위해 2015년부터 매년 9월 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산업연구원 김학기 연구위원은 “UN의 대북한 제재가 완화된다면 장기적으로 남-북 협력에 의한 북한 내 산업단지 조성이나, 러시아의 극동 산업단지 조성 움직임을 이용하여 한-러 협력 산업 집중지역에 점진적으로 ‘남-북-러 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의 남-북 관계 개선으로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증대되고, 한-러 양국 정상이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 추진 필요성과 사전 준비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UN의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협력관계 추이,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남-북-러 협력 유망분야를 발굴하고, 사전 조사 및 관련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인 2014년~2015년 수입 대체에 초점을 두었으나 2016년을 전후해서는 수입대체를 넘어 ‘수출지향 수입대체’ 정책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푸틴은 2018년 5월 7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2024년까지의 러시아연방 발전의 국가목표와 전략적 과제에 관한 대통령령’을 공표, 이런 정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2014년부터 경제협력을 확대되기 시작하여 2015년엔 여러 경로의 북-러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이를 체계화하고 있다.

북-러 정부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주요 협의 내용. 자료/산업연구원
북-러 정부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주요 협의 내용. 자료/산업연구원

이에 앞서 2015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UN 제재에 러시아도 참여하면서 북-러 간 경제협력 움직임은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수는 2017년 약 4만 명에서 2018년 3월 기준 약 2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UN 대북제재 하에서도 지역 간 회의를 통해 북-러 양국은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보고서는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 러시아 등 외국 자본에 의한 북한 시장 선점과 북한 자원 유출 최소화를 기해야 할 것”이라며 몇 가지 실현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UN 대북제재 해제를 고려한 단계적 추진을 하되, 러시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고려하여 러시아 측 협력을 최대한 유도하는 것이다. 남-북-러 수송망 구축과 더불어 유라시아 시장 확대에 필요한 수출형 제조업 분야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러시아 극동지역 남-북-러 협력사업과 북한 내 남-북 협력사업을 상호 연계하는 방안이다.
또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을 위한 프로젝트는 △푸틴 정부의 국가목표 및 전략과제와 산업정책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루스키섬 과학-기술 센터 조성, 가공산업 육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 인프라 및 수송 인프라 건설 정책 등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추진되던 북-러 양국 간 협력사업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등이다.
이를 위해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시범사업부터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북한의 참여 유도를 위해 UN의 대북제재 해제 전이라도 남-북-러 3국 협력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다. UN의 대북한 제재가 일부 완화될 경우 러시아의 극동개발정책 등과 연계,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극동지역을 남-북-러 산업협력 거점화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남-북 협력에 의한 북한 내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러시아의 극동 산업단지 조성 움직임을 이용하여 한-러 협력 산업 집중지역에 점진적으로 ‘남-북-러 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리=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