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최근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에서도 청약경쟁률이 1001을 넘기는 곳이 있는가하면 세대수도 채우지 못한 채 미분양을 기록한 곳도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뚜렷하지만. 수도권과 지방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301이었던데 비해 지방은 평균 151 수준으로 거의 2배가량 차이가 났다. 2017년에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모두 평균 121 정도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것이 서울지역만 크게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데 비해 분양가가 저렴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방 대도시의 경우 지역에 따른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나 광주 등은 아직도 신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부산이나 울산, 대전 등은 신통치 못하다. 대구에서 올해 초 분양된 8곳중 7곳에서 두자릿수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S건설이 달서구에 공급한 300여 세대는 최고 400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광주의 경우에도 올해 첫 분양한 B건설 아파트의 경우 1순위에서 최고 150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광주는 도시재정비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데다 최근 현대자동차 공장설립 협상이 타결되고 광주지하철 2호선 착공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신규 분양시장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부산의 경우 올해 1/4분기 민간부문 신규 분양계획이 아예 잡혀 있지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1분기 이후에도 주로 재개발 및 재건축 물량이 예정돼 있지만, 업체들이 여전히 분양시점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울산도 조선업 불황 등으로 미분양 위험이 크고, 대전 또한 일부 지역은 올해 민간분양이 아예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집값 격차도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20%의 집값과 하위 20% 집값의 차이가 6.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1분위 평균 집값은 11600만원대인데 비해 가장 높은 5분위 집값은 75000만원 선이다. 고가주택은 더 오르고 저가주택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결과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공시가격도 양극화를 반영하고 있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나 표준지 공시지가가 최근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른 것은 가격이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지역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형평성 등 또다른 문제를 낳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이미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될 때부터 전문가들사이에서 제기되던 문제였다. 지난해 한 신용평가회사에서 9.13대책에 따른 주택시장의 영향과 관련한 특별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 보고서는 ‘9.13 대책으로 주택시장 양극화가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건설회사의 실적 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즉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및 신규 주택담보대출 제한으로 매수심리 및 실질구매력이 감소돼 잠재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를 야기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이러한 주택시장의 변화는 인허가물량 감소, 분양원가율 및 입주지원비용 상승, 입주지연 등으로 주택건설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형건설회사의 경우 2020년 상반기까지 양호한 실적 수준 지속이 가능할 전망이나, 지방 위주 중소형 주택건설회사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분양가 규제에 따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등 신용도 및 자금력이 수주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면서 대형건설업체 위주의 시장재편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한 금융기관 계열의 연구소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전반적으로는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의 경우 상승폭은 둔화하겠지만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임에 비해 지방은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집값의 양극화와 함께 주거부담률(PIR)도 함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주거부담률이란 가구소득대비 집값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서울의 경우 9배를 상회하다가 최근 15배까지 올랐다. 이에 비해 경기지역은 최고 67배 수준이고 지방은 이보다 낮은 34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의 주거부담률이 경기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이처럼 심해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선의 중개업소들은 대체로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이후 주택거래가 줄어드는 등 시장이 침체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대출규제에 영향을 받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가 조정지역 등 시장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에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다른 지역들도 규제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심리적 요인이 커서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러잖아도 어려운 지방시장은 아예 얼어붙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부동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쳐 우리 경제의 양극화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특히 건설 및 부동산 분야의 침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부의 양극화 현상 해소를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오히려 부의 양극화를 부치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는 그간의 주택정책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실질적인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명분에 얽매이기 보다는 보다 유연한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