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조사, “사실사의 원청사 ‘갑질’ 여전”…어음결제 106일 걸려

금속가공업체 A사는 철강소재 가격이나 직원 급여가 인상되었는데, 납품단가를 5~6년째 올려 받지 못했다. 각종 비용 등 원가 부담이 오른 만큼, 사실상 납품 단가가 깎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중소 하도급 업체의 10곳 중 8곳은 제조원가(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가 상승한 반면, 납품 단가는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하도급거래 중소제조업체 5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도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종 비용이 올랐다고 대답한 업체는 전체의 53.8%인 반면,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종 원자재와 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 부담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원청업체의 ‘갑질’로 인해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체 응답업체의 3분의 2가 넘는 64.5%가 불공정 피해구제를 위해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지지했다.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손해배상 소송시 법률 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사에 따르면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법에 규정된 ‘납품단가 조정협의권’도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이 중소기업의 협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51.1%로 나타났으나,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51.3%에 달했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으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면할 수 있었다는 비율이 전년도엔 64.6%였던 것에 비해 무려 13.3%p나 감소한 수치다. 엄연한 실정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납품가 ‘갑질’이 횡행하고 있어 더욱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하도급대금의 결제수단은 현금과 어음이 7 : 3 비율인데 비해, 어음의 경우 수취기일과 어음만기를 더해 무려 석달 보름 가량인 106.4일이나 지나서 결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결제의 경우도 납품 후 평균 한 달이 지난 32일이나 걸렸다.

계약 방식이나 절차 등도 아직 원청업체에 유리하거나, 허술한 측면이 많았다. 하도급거래와 관련해 계약 체결 방법은 수의계약(55.4%)이 가장 많았고, 일반경쟁입찰(32.8%), 제한경쟁입찰(4.8%) 순이었다. 

사용하는 계약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52.0%), 발주서·이메일 등(28.8%), 개별양식(17.7%)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하청, 재하청 등 하위협력단계로 내려갈수록 세밀한 표준하도급계약서보다는 대략적인 내용만 명시한 발주서나, 이메일 송부 등 불완전한 형태의 계약 형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을’이 하도급업체에게 불리한 불공정행위의 소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하도급업체의 절대 다수가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을 위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처벌강화(42.4%), 관련 법·제도 보완(23.5%),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강화 (19.7%) 등을 꼽았다.

한편 연속 2년째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중소제조업체의 제조원가 중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달해 2017년보다 8.3%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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