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발언 후폭풍, “근로소득자 유리지갑 털어서 증세” 비난
납세자연맹 “지하경제 비중 여전히 높아…강행시 강력 저항” 경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을 밝힌데 대해 세금형평성을 훼손하고,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 부총리는 이날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도입한 목적은 원래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해 매출액이 투명하게 드러나면 세원 파악이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원래 목적이 대부분 이뤄졌다는 판단에 따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15%인 신용카드 공제율을 더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가뜩이나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 직장인이나 성실 납세자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국납세자연맹(연맹)은 홍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 즉각 성명을 내고 “높은 지하경제 비중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나 폐지는 있을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6일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도 시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축소되면 근로소득자와 사업자간 세금 형평성이 악화되고 지하경제가 더욱 활성화돼 경제 전체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맹은 홍 부총리 발언에 대해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넘어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면서 ”자영업자들의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정부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00만명 중 968만명이 22조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직장인 1명이 연말정산에서 평균적으로 환급받은 금액이 51만 원이었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금이 24만 5천 원일 정도로 이미 중요한 연말정산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서도 직장인 1,500여 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폐지 의견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또 정부가 지원하는 '제로페이'에 따라 소득공제율이 40%까지 올라가는 것과는 반대되는 정책이란 지적이다. 신용카드 업계는 정부 정책으로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낮췄는데 소득공제까지 축소하는 것은 카드 업계와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특히 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증세를 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담세능력뿐만 아니라 공정한 과세,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정부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맹이 김선택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근로소득보다 금융소득 등 자산소득을 우대하고,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의 과표 양성화율 차이를 방치해 세금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 한국 세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서민과 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때문에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근로자증세를 시도한다면 납세자연맹을 중심으로 근로소득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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