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하노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 장영철
  • 승인 2019.03.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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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관련 회담을 보면서, 핵무기의 경제성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파멸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핵무기의 특성상 어느 일방이 공격하더라도 치명적인 반격을 받게 되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므로, 핵무기가 공격용보다는 방어용 내지는 위협용으로 쓰게 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과 같이 민간경제가 사실상 붕괴된 나라가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투입한 핵무기개발비용을 회수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핵무기를 판매하지 않는 이상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되어 가뜩이나 비효율적인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로 망가지고 있는 경제에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구나, 핵개발 관련 국제제재로 인하여 대외거래 등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핵무기를 아무리 껴안고 있어도 핵무기가 돈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굶고 있는 북한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차라리 핵개발관련비용을 주민들의 식량 확보에 썼으면 그동안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인 장기 세습독재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핵무기 개발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인하여 안타깝게도 북한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이 북한 땅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철도가 다니고 있는 시대에 시속 60Km의 속도의 철도로 3일간에 걸쳐 힘들게 간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핵무기개발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북한은 미국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여 핵을 포기하는 척하면서 보상을 받는 ‘꿩먹고 알먹는’ 전략을 구사하였지만 미국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 전략에 좌초되었다. 북한 주민들의 형편을 생각하기보다 1인 세습체제 방어를 선택한 것이다. 과거 구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소련의 핵무기를 많이 가졌던 우크라이나가 경제적 고려를 우선하여 핵무기를 포기한 것과 비교된다. 핵무기를 가지면 외부는 방어할지 모르나 내부는 별개 문제이다. 내부의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 모든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보듯이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보와 경제이다. 안보와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다. 안보는 경제활동을 보호하며, 발전된 경제는 안보를 튼튼하게 한다. 그러면, 한 국가의 경제력을 증진시키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1945년 광복이후 갈라진 남 북한의 상이한 체제의 궤적을 돌아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을 도입하여 대외개방의 수출전략을 추진해 온 결과, 1950년대 세계 최빈국인 1인당 국민소득 1백달러이하에서 2018년 3만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것이다. 이는 같은 민족이지만 공산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 살고 있는 북한의 오늘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의 경제는 일제 시대때 집중되었던 광공업의 덕택으로 1970년대 중반까지는 대한민국보다 나은 상태였지만,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1/47수준으로 한국은행은 추계하고 있다. 최근 인공위성에서 한반도의 밤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남한지역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환한데 북한은 거의 암흑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해방직후에는 한반도전체 발전용량의 92%를 북한이 차지하면서 남한에 전기를 공급하다가 1945년5월에 중단한 역사적 경험을 볼 때,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체제가 다르고 체제를 운용하는 리더십이 다르면 이렇게 결과가 천양지차로 다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이미 독일에서도 나타났다. 동독이 사회주의 경제의 우등생이라고 하였지만, 서독 경제력의 1/43 수준이었고 실제 통일 후 확인해보니 경제는 거의 붕괴수준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번 회담 장소를 제공한 베트남도 사회주의 체제로 출발하였지만, 결국은 대외개방의 경제개발 전략인 ‘도이모이’정책을 채택하면서 비약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도 대외개방 수출전략을 채택하면서 인구만 많은 저개발국이 이제는 중요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이들의 국가발전전략은 결국 한국의 경제개발 전략을 따른 것이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배울 일은 핵무기보다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입증된 대외개방형 자유경제시스템에 기반을 두는 경제개발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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