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수출주도형 성장은 ‘끝’, 재정 통해서라도 민간소비 촉진해야”

앞으로 우리 경제가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신 민간 소비를 늘려 지속가능한 내수 시장을 토대로 안정적 성장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그러나 최근 세계교역의 둔화 추이와 더불어 수출증가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수출의 성장 견인 역할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경제개발 이후 수출이 GDP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전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주도형 성장 기조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의 평균 수출증가율은 GDP 성장률보다 낮으며, 특히 2014~2017년간은 통계작성 이후 최초로 4년 연속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세계 교역환경을 고려할 때 이같은 수출의 저성장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출 저성장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인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며, 글로벌 교역 둔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연구원의 분석이다.

물론 수출이 IMF의 세계교역 증가율 전망치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수출의 성장견인 역할은 지속될 수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과거에 비해 상당 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수출의 성장기여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전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출부진을 보전할 다른 수요부문의 성장기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경우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아닌, 다른 부문의 성장 기여율이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13%포인트 안팎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민간소비의 활성화를 통해 소비가 수출의 성장기여율 하락을 보전하면서 성장 견인역할을 나누어 맡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소비증가율과 경제성장률 비교
민간소비증가율과 경제성장률 비교

보고서는 “지난 정부의 경우 주택투자 부양을 통해 수출 부진을 보전하고자 하였으나 이는 부동산경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하며 “한국경제는 민간소비/GDP 비중이 OECD 중 가장 낮은 편이란 점에서 소비확대의 여지가 크고, 성장의 포용성이란 측면에서도 소비의 역할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그 동안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여 왔다는 점에서, 소비가 수출과 더불어 성장의 견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서 분석에 의하면 그동안 우리나라 민간소비는 GDP 성장률을 상당 폭 하회하는 낮은 증가세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상대적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2000~2018년 기간 중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8%포인트를 밑돌았다. 소비 저성장은 가계·기업소득 간 성장 불균형에 따른 가계소득 부진과 인구구조 변화와 가 계부채 부담 등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에 기인한 것이다.
이같은 소비 저성장 구조를 타파하고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소비 저성장 구조로부터 벗어나서, 소비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수출부진을 모두 민간소비 증가로 보전할 경우, 즉 2%대 중․후반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선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내외 상회하는 증가세(2.5~3%)를 당분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기간 고착화된 소비부진 구조인 만큼 큰 폭의 소비 증가세 확대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소비 부진의 원인인 가계소득 하락과 소비성향 하락을 극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의 구매력 확대를 지원하고, 고용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란 의견이다.

연구원은 “고용과 가계소득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노력이 가계소득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계에 대한 직접적 소득지원 정책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예컨대, 노인 빈곤율(48.8%)이 OECD 최고 수준이고 노후 빈곤 우려가 소비성향을 낮추는 요인의 하나란 점을 고려하여, 노인가구에 대한 소득지원에 역점을 두는 정책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이와 함께 수출부진을 타개하고, 재정을 통한 경기활성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불리한 세계 교역환경 속에서 수출둔화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제품 고도화를 위한 혁신 노력 강화, 상대적으로 교역환경이 양호한 인도·아세안 등의 시장 확대, 미중 무역마찰을 역으로 활용한 양국 시장 공략 등을 추진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후퇴를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최근 초과 세수 등에 따라 정부 부문의 자금잉여가 크게 늘어나면서 GDP에 비한 자금잉여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어, 전반적인 재정의 흐름이 오히려 경기 활성화와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정부가 재정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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