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정부에서 지난해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수도권 교통개선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3기 신도시의 성패 여부가 교통대책에 달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참여정부때 선정된 2기 신도시의 경우 주거공급의 양적 문제 해소를 위한 것이었지만, 교통문제 등 기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꾸어말하면 한 도시가 제대로 건설되려면 도시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교통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면 찾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1기 신도시보다 2기 신도시의 수요가 더 저조했던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예로부터 교통망은 한 도시의 흥망성쇠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무역이 거래되는 길목에 도시가 발달한 것도 교통망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길목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에도 중간중간 발달한 도시들이 있었다. 이들 도시 역시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었던 만큼 다른 곳과의 교통이 연결되는 지점이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이르는 개발시기, 경제성장이라는 요인과 맞물리기도 했지만,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거의 대부분 개발의 열풍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개발열풍을 타고 이른바 복부인의 치맛바람도 거세게 몰아쳤다. 그리고 이들 복부인의 치맛바람을 타고 전국의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땅값, 집값이 올랐다.

그런데 복부인의 치맛바람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바로 개발계획이었다. 복부인들이 아무 곳에나 깃발을 꽂는다고 땅값이나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개발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의 국토개발계획에 따른 도시계획 정보가 이들에게 입수되고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투자했던 것이다.

당시의 코미디같은 일화 하나를 보자. ‘내가 산 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한다고 얘기하던 투자자가 있었다. 복부인들이 땅을 사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부동산업자에게 땅을 사달라며 돈을 맡겼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이 투자한 땅은 섬의 해안이었고, 썰물이 되면 나왔다가 밀물 때면 물에 잠기는 땅이었다는 것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8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땅값이나 집값이 오르던 곳은 도시지역이었다. 도시지역은 대부분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반면 농촌지역은 대부분 농지였기에 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없었다. 다만 농촌에서도 도로 등 도시계획 수요가 있는 곳은 땅값이나 집값이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농촌지역에서도 도시지역 못지않게 땅값이 오르는 지역이 많다. 도시에서는 재정비 사업을 제외하고는 새롭게 도시계획을 할 만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반면 농촌지역에서는 아직도 갖춰야 할 인프라가 많은 탓에 도시계획사업도 많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시개발사업이 나올 때마다 보상비 관련 보도가 지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같은 연유이다.

여기에 참여정부때부터 이른바 국토의 균형개발을 모토로 각 지역마다 혁신도시나 혁신지구 등을 지정해 새롭게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균형개발의 효과는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을 제외하고는 별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광역도시교통철도인 GTX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교통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도로 및 항공부문의 요직을 두루 역임한 국토부 출신 인물이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광역철도 등 인프라 구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에는 교통과 교육, 환경의 요소를 갖춘 똘똘한 한 채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한다. 교통이 집이 가치를 따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신혼희망주택 등 공공주택 건설도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교외나 도심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에 지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린벨트를 제외하고는 집을 지을 땅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수요자들이 직주근접의 원리를 따라 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을 구하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같은 흐름을 감안해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집을 짓거나 철도역사 등을 활용해 그 위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곧 도심을 중심으로 집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교통은 물론 그만큼 도시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낡은 주택을 새로운 집으로 바꾼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를 통해 도시 인프라를 새롭게 갖출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상가나 복합공간들이 새롭게 들어서는 단지가 적지 않다. 이같은 인프라를 통해 집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도로 등 인프라를 꾸준히 건설해 왔다. 그 덕분에 서울과 부산을 2시간대에 오가는 등 전국이 반나절생활권이 됐다. 한편으로 이같은 인프라 구축이 교통망에만 치우쳐 오히려 도시화를 집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광역교통망 구축도 다른 인프라와 함께 이루어져야 도시의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도시의 인구분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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