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습
시장의 역습
  • 장영철
  • 승인 2019.03.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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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시장은 통상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場을 말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사회에서는 지주와 노예로 구성되어있는 농업위주의 자급경제이어서 그런지 ‘질서정연하고 위계적인 시장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교역(trade)을 통한 부의 취득이 농업이나 군사적 공훈을 통해 얻는 약탈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즉, 시장에서의 교환으로 거래당사자들이 상호이익을 얻기보다는 전쟁이나 권력을 통한 약탈이 일상적이었음을 알수 있다. 유럽의 중세 봉건주의시대 역시 농노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와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18세기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근대적 개념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대량생산제품이 대량소비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려면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이 약탈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상품가치를 판단하고 ’교환‘하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였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활동을 억압하고 약탈하던 봉건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물인 재산권이 권력 등에 의하여 약탈당하지 않는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이 나타난 것이다. 사유재산권 보호로 경제주체들의 경제마인드가 활성화되면서 경제는 성장하기 시작하였고, 최근 1백여년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만,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은 개인의 합리적 행동 및 완전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전제가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지나친 탐욕에 의한 불공정경쟁, 소득 양극화 현상, 과도한 경기변동 및 경제위기를 겪어왔다. 대부분의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을 채택한 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시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여 왔고, 이제는 시장경제시스템의 역기능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혼합경제체제가 정립되면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 계층에 적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세제, 복지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도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의 원리를 근간으로 경제개발정책을 펼치면서 비약적으로 경제발전을 하여 경제규모 세계11위의 나라가 되었다. 이는 같은 민족임에도 시장의 역할을 부정하고, 공산주의 계획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박탈한 북한의 낙후된 경제현실과 크게 대비되며, 사적 경작을 허용한 텃밭의 생산성이 공동경작지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사유재산권보장이 경제발전에 큰 효험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온 자유시장경제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즉, 힘센 자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므로 정부가 공권력으로 시장에 대폭 개입하여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를 경험한 현대의 어느나라 정부도 자본주의 초기처럼 시장을 100% 자유방임상태로 두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도 불공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경제위기 등에는 과감하게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보전 등 복지 증진 노력을 하는 등 시장에서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시장에 간섭하면서 심판이 아닌 선수 역할을 할 때 시장의 자율균형기능이 상실되어 인류가 어렵게 확보한 경제적 자유가 침해된다. 사회의 모든 현상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힘이 다양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동태적이다. 또한 ‘사회 정의’라는 단어가 멋있게 들리지만 매우 주관적이어서 복잡한 현실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유능하더라도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정 이데올로기나 편견에 의거 한쪽면만 보면서 시장에 간섭하면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인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가 억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의를 외지면서 선의로 출발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는 역설적 상황이 생긴다. 그야말로 시장의 역습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역설적인 시장의 역습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발생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면, 소비가 늘어 경제는 선순환하고 노동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한다는 그림 같은 정책이 현실에서는 인건비를 지급해야하는 기업이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해고된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올라간 임금은 ‘먹을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고, 정부는 해고를 막기 위하여 국민세금으로 민간기업의 인건비를 보조하는 결과를 연출하고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의 상당수가 소득이 낮은 계층의 일자리로 귀착되면서 하위20%소득계층인 1분위의 소득이 작년말 기준 17%나 하락하였고, 상위20%소득계층인 5분위와의 소득 격차는 2013년이래 최대인 5.47배로 악화되었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소득의 양극화는 커졌고, 저소득층은 ‘배고픈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하는 고통을 받고 있다. 소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의 성적표이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많은 경영 애로요인 중 하나인 카드수수료를 없애려는 관 주도의 소위 ‘제로페이’ 역시 한쪽 면만 보면서 다른 면인 카드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과도한 시장개입정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하여 2년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이 시행된 결과 당초의 고상한 의도와는 달리 2년 근무한 비정규직의 해고를 촉발시켰고, 더 근무하고 싶은 비정규직도 어쩔 수 없이 해고되고 있다. 집값 급등을 막는다고 실시하는 주택구입대출 축소가 역설적으로 젊은 층과 중산층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고, 벌과금 수준의 부동산 세금은 부동산투기 없이 집 한 채만 가지고 사는 중산층들, 특히 은퇴한 노인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제 한 쪽 면만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으로 시장의 자율균형기능을 마비시키는 정책은 시장의 역습을 받아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여 경제하려는 의욕을 상실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여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향유하는 실사구시의 정책이 나타나 ‘모두가 수긍하는 사회 정의’가 구현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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