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 김부조
  • 승인 2019.03.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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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국내 출판사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한 해 동안 펴내는 책은 약 4만 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절반쯤은 교과서나 학습 참고서이고 나머지는 단행본이다. 하지만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베스트셀러(Best Seller)’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1만권 넘게 팔리는 책들조차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책들이 독자들에게 버림받은 채 ‘잊힌 책’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출판사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날마다 비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베스트셀러란 짧은 기간에 많이 팔린 책을 말한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이자 출판업자였던 디드로(Diderot, Denis)가 자신이 펴낸 ‘출판업에 관한 역사적 정치적 서한’에서 출간과 동시에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와 오랜 동안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의 개념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되는 기간은 여러 가지인데, 국내 대형 서점의 경우 대체로 일간, 주간 등 단기간을 기준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95년으로, 미국의 월간문예지 ‘북 맨(Book Man)’이 1개월간 팔린 부수를 조사, ‘베스트 셀링 북스(Best Selling Books)’라는 이름으로 신간서의 목록을 게재한 데서 비롯됐다. 그 뒤인 1912년에는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ey)’에서 이러한 베스트셀러를 두 개의 계열, 즉 픽션과 논픽션으로 나누어 10위까지 발표했다. 20세기 초 베스트셀러는 이른바 패스트셀러(Fast Seller)였다. 출간 즉시 불티나게 팔리는 책을 의미하던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빅셀러(Big seller)니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니 하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출판 역사상 베스트셀러는 성서(聖書)라고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고, 미국에서는 ‘스폭 박사의 육아서’가 1천 900만부(1946)로 최상위에 올라 있다. 베스트셀러를 본떠 100만부 이상 팔린 책을 밀리언셀러라 칭하는데, 국내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10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 역대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다.

이에 반해 스테디셀러는 ‘고정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Steady’를 쓴 말이다. 본뜻 그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꾸준히 잘 팔리는 책’을 일컫는데 그 기준은 다소 유동적인 면이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래 올라 있는 책도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수요가 있어 꾸준히 찍어내는 책이라던가, 독자의 수요가 오래 이어지는 책이라면 스테디셀러라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테디셀러는 최인훈의 ‘광장’,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을 들 수 있다.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는 ‘성서’, ‘이솝우화’, ‘로빈슨 크루소’가 꼽힌다. 베스트셀러 문화를 비판한 출판인들은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3가지 비결인 ‘3L’을 주장했다. ‘3L’은 원칙에 충실하고(Legal), 시대를 초월한 고전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하며(Legendry), 생명력이 길어야 한다(Long run)는 뜻을 담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팔리는 책, 이러한 책은 출판사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만, 출판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간 국내 대다수 출판사들은 목숨 걸고 베스트셀러에만 매달렸고 그 과정에서 출판인의 양심은 뒷전으로 밀려난 면도 없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광고를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자사에서 펴낸 책을 다량 구입, 이른 바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출판사들이 사재기와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었다. 

후손들에게 물려 줄 베스트셀러 목록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역사적 증거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출판사들도 이제는 짧은 기간에 많이 팔릴 베스트셀러에만 치중하지 말고, 스테디셀러의 기획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올바른 출판문화의 정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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