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맞아 호칭은 변경, 사회공헌은 선대 계승

사진=LG그룹.
구광모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정중동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은 구본무 선대 회장이 '재계의 젠틀맨'으로 불릴 정도로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탓에 그룹 분위기도 화합과 인화를 중시했다. 

하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아 서서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구본무 회장 시절에는 조직문화가 다소 권위적이었다. 특히 조직의 화합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는 절제돼 왔다. 그런데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4세 경영 체제를 연 구광모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용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 회장의 호칭이다. 구 회장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CEO) 등과 자리할 때도 대표로 불러주길 먼저 요청했다. 사내 호칭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보도자료에도 자연스레 대표로 칭하고 있다. 실용주의적 경영에 방점을 둔 구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투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아직 최고총수 자리에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의 안정을 위해 겸손과 배려를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운 것이다. 

사회공헌을 중요시하는 LG그룹의 사풍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 중순 LG가 공기청정기 1만 대를 초·중·고교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재계에서도 작은 화제가 되었다. 

LG는 전국의 초·중·고교에 LG전자 대용량 공기청정기 1만 대와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원 규모는 약 150억원이다.

이번 지원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과 경영진이 뜻을 모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LG전자는 신속한 제품 공급을 위해 창원공장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지원용 공기청정기 1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AS 직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필터 청소와 교체 등 사후관리 안내도 할 계획이다. LG는 지난 1월 262개 전국 모든 아동복지생활시설에 공기청정기 3100여 대와 IoT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 AI스피커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은 선친이 이어온 사회공헌의 리더십을 승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조용한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가 예상보다 빨리 LG의 문화 속으로 잘 스며들고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구 회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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