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측 “휴대용 버너에 들어만 있었는데 폭발”
회사측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부탄가스가 폭발했던 현장 사진. 사진/제보자.
부탄가스가 폭발했던 현장 사진. 사진/제보자.

휴대용 버너에 들어있던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끔 발생하는 ‘사용중’ 폭발과 달리 멀쩡히 있던 부탄가스가 폭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3일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저녁 10시 가게를 마감하려고 여직원과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버너에 들어만 있던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2개의 버너를 겹쳐놓았는데 위에 있던 버너 속 부탄가스가 폭발한 것이다. 버너와 부탄가스 모두 새 제품으로 폭발과 더욱 거리가 느껴진다.

폭발했을 당시 마감시간이라 다행히 손님이 없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만약 손님이 있을 때 폭발했다면 20평 남짓한 가게에서 인명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었다. 

특히 A씨와 직원이 폭발했던 부탄가스 근처에 있었다면 화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A씨와 청소하던 여직원은 폭발한 부탄가스 옆 테이블에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바닥 청소를 하기 위해 의자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채, A씨는 포스단말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직원은 다른 테이블 밑 바닥청소를 위해 상체를 숙이고 빗자루질을 하고 있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직원은 폭발 때의 굉음으로 귀가 아픈 상황으로 전해졌다.

산산조각 난 맥주잔 파편. 제공/제보.
산산조각 난 맥주잔 파편. 사진/제보.

또한 폭발로 인해 수저통에 있는 젓가락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옆에 있던 1000cc 맥주잔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폭발당시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폭발한 부탄가스는 대륙제관이 만드는 제품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이후 증거 사진들과 함께 회사에 사고소식을 알렸고 27일, 본사 직원 1명이 가게를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직원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그 직원은 사장 A씨에게 “외부적인 영향 때문에 폭발한 것으로 생각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식으로 정밀감식을 의뢰하자”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회사측은 지금까지 한번도 가만히 있던 부탄가스가 터진 적이 없고 절대로 터질 수도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장 A씨는 "보상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인명피해와 자칫 사람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과학수사를 말한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말하며 "자사제품을 사용하는 음식점한테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느냐? 정식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대륙제관 관계자는 "부탄가스는 절대로 먼저 터질 수 없다"고 설명하며 "사용 후 분리하도록 주의사항에 명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 환경에 의해 폭발한 부분으로 생각되기에 국과수 수사를 받자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사용중이던 부탄가스 폭발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표적인 생활 사고 유형이다. 최근인 지난 3월 16일에도 부탄가스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오후 7시 반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휴대용 부탄가스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2살 전 모 씨가 얼굴과 다리 쪽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전 씨가 베란다에서 음식을 조리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했었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부착된 부탄가스가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식사를 하던 고객 4명이 얼굴과 무릎 등에 1도에서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목격자들은 손님들이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던 중 갑자기 부탄가스가 터져버렸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던 지라 큰 피해를 막았다고 한다.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 사진/제보 및 대륙제관 제공.

지난 2015년에는 부탄가스 파열로 손가락이 절단된 사고도 있었다. 2015년 4월 서울 명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휴대용 가스렌지에 부탄가스를 부착하던 중 부탄가스가 파열돼 피해자의 왼쪽 검지가 절단되고 말았다.

이처럼 외식 매장이나 캠핑장 등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발생하는 부탄가스 폭발사고는 가스안전사고의 대표 사례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602건의 가스사고 중 부탄가스로 인한 사고는 97건으로 전체 가스 사고 중 16.1%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부탄가스 사고 인명피해는 133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은 파열이 59건이 60.8%로 가장 많다. 이어 폭발이 20건(20.6%) 화재 14건(14.4%) 순이다. 

부탄가스는 구입과 이용이 편리해 식당이나 가정집, 캠핑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다수가 모여 있는 장소에서 음식을 조리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율이 매우 높다.

정부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부탄가스 안전장치 개발과 보급‧확대에 나섰지만 시장 구조상의 문제 등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부탄가스 안전장치 부착은 의무가 아닌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각 업체들은 안전장치를 부착할 경우 생산단가가 현격히 높아지는데다 소비자 가격저항선에 부딪칠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빌라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불이 가열돼 일회용 부탄가스가 폭발했다. 소방당국이 부탄가스 폭발로 파손된 베란다 유리창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창원소방본부 제공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빌라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불이 가열돼 일회용 부탄가스가 폭발했다. 소방당국이 부탄가스 폭발로 파손된 베란다 유리창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창원소방본부 제공

다행히 최근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안전장치를 부착한 제품의 비중을 높이거나 기존 제품보다 폭발 위험성이 낮은 제품을 내놓는 등 자구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보다 안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사용자 예방수칙이 우선이라 입을 모은다. 부탄가스 폭발사고의 대부분은 사용자 부주의에서 나온다며 예방수칙을 잘 지킨다면 대부분의 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사용중 부탄가스 사고는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그에 대한 예방수칙 등도 정해져 있어 소비자가 주의를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미사용’ 부탄가스 폭발가스가 발생한 것은 또 다른 사고유형으로 꼽힐 수 있다. 

식당 사장은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대륙제관측은 “절대로 미사용중에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한 대륙제관(회장 박봉국)은 1958년 4월 창업한 회사로 임직원 350명에 2011년 기준 매출액은 1,768억원에 이르는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고 공장은 충남 아산에 소재하고 있다. 주요 생산제품으로는 일반용 캔, 에어로졸 캔, 휴대용 부탄가스, 사출ㆍ제관용 부품 등이 있다.

이상호 기자 

(부탄가스 사고 예방 안전수칙)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소방당국이 공개한 부탄가스 사고 예방법으로는 첫째,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불판 받침대보다 큰 조리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조리 기구에 포일을 감싸서 사용하는 것도 지향해야 한다. 복사열로 인해 부탄가스의 내부압력이 상승하면서 폭발할 위험이 커진다.

둘째,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부탄가스를 결합시킬 때 가스가 새지 않는지 확인해야 하며 보관할 때는 복사열로 인한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화기와 멀리 떨어진 곳에 둬야 한다.

셋째, 부탄가스에 직접적인 가열을 금지해야 한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점화가 안 된다고 부탄가스를 온수나 열기구로 가열하면 부탄가스 상부온도가 상승해 파열될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

넷째, 다 쓴 부탄가스를 폐기할 때 주의한다. 화기와 멀리 떨어진 실외에서 부탄가스를 거꾸로 세운 후 입구 부분으로 가스가 다 빠져나가게 한 후, 금속물질이 아닌 캔따개를 사용해 구멍을 뚫어야 한다. 송곳이나 못 등으로 구멍을 뚫으면 자칫 불꽃이 생겨서 폭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할 때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