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온라인 시대의 마약' 가짜뉴스와의 전쟁중
세계는 지금 '온라인 시대의 마약' 가짜뉴스와의 전쟁중
  • 이상호 기자
  • 승인 2019.03.2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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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중심으로 횡행, 단속하기도 어려워
사진=JTBC 뉴스 화면 캡쳐.
사진=JTBC 뉴스 화면 캡쳐.

지난해 쌀값이 폭등하자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이 폭등했다’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졌다. 쌀값이 올랐다는 사실과 이와 무관한 북한을 엮은 전형적인 가짜뉴스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과 사실관계를 분석한 언론보도가 계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쌀값 폭등 원인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황당한 가짜 뉴스가 어떻게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올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2010년 소셜미디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를 이용해 날조된 거짓 정보를 언론으로 위장해 유포하는 이른바 ‘가짜뉴스’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을 더 쉽게 현혹시키기 위해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사실과 거짓 정보를 교묘하게 뒤섞어 읽는 사람이 가짜뉴스 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가짜뉴스는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가짜뉴스가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가짜뉴스는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진실로 받아들이는 ‘탈진실 시대’의 대표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는 가짜 뉴스에 의한 심각한 폐해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요 정치 이벤트마다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썩여왔던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한하고, 가짜 뉴스를 공유한 계정의 광고를 차단해 수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자체적인 규제 방안을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2017년 6월 소셜미디어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짜 뉴스 삭제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회원 수 200만 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기업은 명백한 가짜 뉴스를 발견할 경우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포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가짜 뉴스 삭제 의무를 부과해 허위 정보의 유통 경로를 아예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겨레는 지난해 허위 정보의 탄생과 유통과정을 추적하기도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구독자 수 상위 40개 보수 극우 채널 가운데 28곳이 가짜뉴스를 하나 이상을 다뤘고, 서로의 허위 정보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확대재생산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뤘다. 유튜브 이용자 3명 중 1명꼴로 가짜뉴스를 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튜브 가짜뉴스 검색 화면. 사진=애플경제DB
유튜브 가짜뉴스 검색 화면. 사진=애플경제DB

가짜뉴스의 핵심창구는 유튜브다. 지난해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유튜브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 가운데 94.2%가 유튜브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튜브 이용자 40% 이상이 하루 1시간 이상 유튜브를 본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이에 걸맞은 책임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입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유튜브에 올라오는 가짜뉴스 제거를 위해 회원사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ISO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지난해 초 언론사 명의나 언론사 직책 등을 사칭하거나 도용한 기사 형태의 허위 게시물을 가짜뉴스로 정의하고, 이런 게시물이 유통되는 것을 확인하면 삭제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다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IT기업은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날 변재일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유튜브에서는 가짜뉴스 삭제신고를 본인이 아닌 경우에 삭제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이 삭제를 신청하면 자체심사규정상 삭제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존 리 대표는 “유튜브는 혁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 목소리를 내는 플랫폼이지만 (가짜뉴스 같은) 오용 사례가 있어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떤 콘텐츠가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갈 수 없는 지 규정하고 있고 증오, 위법적인 내용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구글코리아의 가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이 법안은 포털 사이트 등에서 가짜정보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담당자들을 채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백히 위법이라고 판단되는 가짜정보들에 대해 삭제요청이 들어올 경우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어기면 매출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는 제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이전에도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등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와 단속을 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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