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 없는 모습의 뮤지션 에드 시런

에드 시런.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캐나다 출신 아동문학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가 집필한 <빨간 머리 앤>(원제: Anne of Green Gables)은 소설은 물론 TV드라마와 영화화되어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여러 세대가 즐겨본 명작으로 남아 있다.

평범하지 않은 빨간색 머리와 주근깨투성이 고아소녀 앤이 실수로 남매에게 입양되고, 말은 많지만 밝은 성격과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커스버트(Cuthbert) 남매는 물론 동네 이웃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잔잔하면서도 긍정적 영향을 전하는 앤이란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알다시피 <빨간 머리 앤>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소설이다. 작품 배경이 그의 고향 프린스 에드워드 섬(Prince Edward Island)이고 앤이 아기 때 부모를 잃은 것처럼 몽고메리 작가 역시 생후 21개월 째 어머니를 여의도 조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평범하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던 몽고메리 작가에게는 자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키워나가고, 결국 작품 곳 앤에게 고스란히 그것들을 투영하며 전 세계 독자와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고, 운명처럼 놓여진 어려운 현실을 딛고 우뚝 일어선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승화됐다.

에드 시런.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에드 시런.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빨간머리 앤>을 이야기하다 보니 빨간색 머리로 한때 화제의 중심이었던 한 유명 팝아티스트가 불현듯 떠오른다. 바로 영국이 낳은 2010년대 최고의 팝 스타로 자타가 인정하는 에드 시런(Ed Sheeran)이다. 생전 처음 학교에 갔던 앤이 길버트(Gilbert)에게 ‘홍당무’라고 놀림을 받았듯 에드 시런도 타고난 빨간색 머리 때문에 ‘생강(Ginger)’으로 불리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반전의 기회가 있는 법이다. 암울했던 에드 시런의 학창시절은 그가 제대로 된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빨간머리의 소녀 앤, 빨간머리의 소년 에드 시런. 소설과 현실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이 어느 순간 ‘세상의 중심이 우뚝 선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스스로 선택한 힘든 시절을 딛고 정상에 오른 에드 시런 
 
2011년 앨범 데뷔 이후 팝 음악계 톱스타 반열에 오른 에드 시런. 시대는 다르지만 전 세계인 여전히 좋아하는 ‘앤’이란 캐릭터를 탄생시킨 루시 모드 몽고메리. 그들에게는 확실한 교집합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남달랐던 유년 및 청소년 시기를 딛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냈고,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을 더해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창작물을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물론 두 예술인의 성장 환경은 상당히 달랐다. 조부모 밑에서 자랐던 몽고메리 작가와는 달리 음악을 하는데 있어 어릴 때부터 부모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던 에드 시런. 그러나 수술 부작용으로 언어장애와 시력 저하, 같은 또래 아이보다 상대적으로 왜소했던 체구와 타고난 빨간 머리는 에드 시런에게 힘든 학교생활이란 고통이 따랐다. (물론 에드에게는 작곡과 기타 연주, 보컬 등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여러 음악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에드 시런.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에드 시런.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앞에서 언급했듯 몽고메리 작가는 글로써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과 경험을 마음껏 펼치며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명작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에드 시런은 어떤가? 16살 때였던 2007년, 자신이 올곧게 뮤지션의 길을 갈 수 있을지 스스로 답을 얻기 위해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향했고, 버스킹 등 라이브 공연을 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지만 어느 순간 찾아온 노숙자 생활은 그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하늘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돕는 법. 2009년과 2010년은 에드 시런에게 프로 음악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채널이 주어졌고 이후 할리우드 배우이자 팝스타 제이미 폭스(Jamie Foxx)와의 운명적 만남은 그가 메이저 음악 레이블을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할 수 있는 숙명으로 이어진다.

결국 2011년 9월 공개된 첫 정규 음반 <+>. 2014년 6월 발매된 2집 <×>, 2017년 3월에 발표한 <÷>까지 음악성과 상업성 모든 면에서 대중과 평단, 언론의 호평을 얻으며 에드 시런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성공가도를 달리며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Thinking Out Loud’, ‘Shape Of You’, ‘Perfect’, ‘Sing’, ‘The A Team’, ‘Castle On The Hill’ 등 그의 정규 앨범들에 수록된 노래들은 전세계 음악 팬들에게 변함없이 애청되고 있고, 팝과 포크 및 록과 랩을 넘나드는 에드 시런의 폭넓은 음악영역은 2010년대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2015년 3월 첫 번째 내한 공연 이후 만 4년 만에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4월 21일 우리나라 무대에 서게 되는 에드 시런. (2017년 10월 말 갑작스런 손 부상으로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어떤 연주자의 도움 없이 그 드넓은 무대를 혼자서 이끌어간다고 하는데, 마치 이웃에 사는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총각처럼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에드 시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예전처럼 그대로 볼 수 있을지 한국 팬들의 설렘으로 가득한 기다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종성 팝 칼럼니스트.
이종성 팝 칼럼니스트.

이종성 팝 칼럼니스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음반레이블 제이에스이엠 대표이자 오마이스타 등 신문에 대중음악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가톨릭 평화방송 <음악, 삶을 만나다>의 DJ로도 활약했다. 교통방송 <김갑수의 마이웨이>, 가톨릭 평화방송 <11시가 좋다>, 가톨릭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등 음악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도 활약했다. 중앙대 특강 및 학교 홍보책자에 연재칼럼을 기고했으며, 현재는 서경대 강사로 출강 중이다. 워너뮤직 및 소니뮤직의 앨범 해설지를 도맡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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