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우리 경제의 정책중심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 요체는 공정경제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은 혁신의 기반"이라며 "공정경제를 통해 혁신이 날개를 펴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한 선결과제로 기업들의 공정한 문화를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는 국민연금의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적용 논의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특정기업을 겨냥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공언이 현실화 됐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했던 국민연금이 지난 3월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아낸 것이다. 그간 당연시됐던 재벌 총수의 독주를 제지한 첫 사례라 그 의미가 크다. 반대로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끊임없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그 발전의 시그널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관철은 향후 정부와 재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우리나라 기관투자가 중 최대인 국민연금이 2018년 도입하였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으로 2010년 영국이 가장 먼저 도입하였다.

서양에서 큰 저택이나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ㆍsteward)처럼 기관들도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에서 생겨난 용어다. 국내에는 2016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강제성은 없으므로 개별 기관투자가가 자율적으로 이행하면 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 스튜어드십코드를 언급한 이후 ‘자율적’이란 말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한편, 2010년 영국이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홍콩, 일본 등 20개국에서 도입, 운용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2018년 하반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스튜어드코드십은 이름만 있는 유명무실 조항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경제를 견인할 중요한 마중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기준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의 7원칙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7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기관투자자는 고객, 수익자 등 타인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2. 기관투자자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직면하거나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해 효과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3.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하여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4.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와의 공감대 형성을 지향하되, 필요한 경우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활동 전개 시기와 절차, 방법에 관한 내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5. 기관투자자는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절차·세부기준을 포함한 의결권 정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하며,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사유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6.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에 관해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7. 기관투자자는 수탁자 책임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