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극장가에 충무로 최고 연기파 여자배우들이 출격한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연기신(神)’으로 불리는 전도연 염정아 문소리가 신작을 들고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어서 영화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전도연은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주), ㈜영화사레드피터, 파인하우스(주), 4월3일 개봉), 염정아는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 ‘미성년’(감독 김윤석, 제작 ㈜영화사레드피터, 4월18일 개봉), 문소리는 박형식과 호흡을 맞춘 영화 ‘배심원’(감독 홍승완, 제작 반짝반짝영화사, 5월 개봉)서 무르익은 내공이 빛을 발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충무로 연기파 여신들이 550만 관객을 넘어선 ‘캡틴마블’에 이어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한국 극장가 싹쓸이를 노리는 마블의 파상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도연 사진제공=NEW.
전도연. 사진제공=NEW

#전도연, 눈물 쓰나미를 몰고 오다! 

전도연은 ‘생일’에서  2001년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18년 만에 재회해 ‘명불허전’이란 단어의 의미를 재확인시키는 명연기를 펼친다. 극중에서 듬직한 아들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순남 역을 맡아 관객들의 감정선을 휘어잡으며 폭풍 눈물을 이끌어낸다. 아들이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은 현실에 아들 방을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놓고 거기 앉아 수시로 혼자말을 하거나 생전 행복한 순간에 나눈 문자를 보며 미소 짓다가 상실감에 갑자기 눈물 흘리고, 갑자기 켜지는 현관 센서등에 아들의 영혼이 찾아온 게 아닐까 일말의 기대감을 갖는 애처로운 모습을 생생히 표현하는 전도연의 명연기는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 만큼 강렬하다. 그리고 결말부 이 영화의 백미인 ‘생일잔치’신에서 가슴에 맺힌 한을 씻어내는 연기는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10년 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한 ‘밀양’보다 더 감정의 바닥을 헤집는 열연은 관객들에게 아찔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체험케 할 것이다. 

염정아 사진제공=쇼박스.
염정아. 사진제공=쇼박스

#염정아, 엄마란 이름으로 스크린에 서다! 

지난해 연말 영화 ‘완벽한 타인’과 드라마 ‘SKY 캐슬’로 데뷔 28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염정아는 ‘미성년’에서 또다시 강렬한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영화 속에서 염정아는 딸의 친구 엄마와 불륜을 맺어 임신까지 시킨 무책임한 남편 대원(김윤석) 때문에 속을 끓이는 주부 영주 역을 맡아 특유의 선굵은 연기를 펼친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딸 주리(김혜준)가 상처받을까봐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탄성을 자아낸다. 엄마가 아빠의 비밀을 알까봐 전전긍긍하며 도시락을 갖고 나가지 않은 딸을 위해 맨발로 집밖까지 쫓아나가는 영주의 모습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 남자의 아내이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는 여고생 딸을 둔 엄마이기에 폭풍 같이 몰아치는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를 연상시키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염정아는 까마득한 후배 김혜준 박세진을 이끌어주고 최근 주가가 높은 연기파 김소진과 선의의 연기경쟁을 펼치며 영화의 중심축을 제대로 잡는다. 

문소리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문소리.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문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판사로 미친 존재감!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문소리는 ‘배심원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재판장 역으로 또다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할 전망이다.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경 재판장은 18년간 내리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뛰어난 실력과 강단을 인정받은 인물. ‘특별시민’에서 베테랑 정치부 기자, ‘라이프’에서 대학병원 원장 등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전문직 여성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겸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을 맡는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속에서 김준경 재판장은 갑자기 나라의 부름을 받고 모인 9인 9색 배심원들이 사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지원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소리는 연기고수답게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강한 신념을 지닌 원칙주의자 재판장 김준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주었다는 후문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봄 극장가는 할리우드 마블의 공세에 모두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전도연 염정아 문소리 중견 여배우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잇달아 개봉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위기설이 돌고 있는 충무로에 힘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욱 연예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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