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라이즌 "우리가 세계최초" 주장, 향후 논란 예상

한국이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오는 5일보다 이틀 앞당긴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제치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확보했다. 갈수록 통신시장의 세계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발전도 초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과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일 밤 11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동시에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5G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이통 3사는 지난해 12월 1일 5G 전파를 발사하고, 동글 단말을 통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5G 서비스를 우선 개시했다. 이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5G 상용화를 달성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오는 5일부터 5G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G 스마트폰 출시, 서비스 이용약관 마련 등 상용화 준비가 예상보다 조기에 완료되며 정부와 이통3사, 제조사 등 업계에서는 5G 상용화 시점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이에 5G 상용화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졌다. 

SK텔레콤의 1호 가입자는 엑소(EXO)의 백현&카이, 김연아, 페이커 이상혁 선수, 윤성혁 수영선수, SKT의 31년 장기고객 박재원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다. KT 1호 가입자는 독도, 울릉도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는 직원의 아내 이지은씨다. LG유플러스에선 모델 겸 방송인 김민영씨(29·여)와 남편 카레이서 서주원(26)씨가 5G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5G는 자율주행, 무인로봇, 홀로그램 등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머물던 서비스를 현실에서 실현하고, 다양한 산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1등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5G 시대를 다른 나라 보다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며 "세계 최고의 5G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세계최초'라는 단어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5세대(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새치기하려다 막판에 좌절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버라이즌은 4일 새벽 1시(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버라이즌보다 2시간 앞선 3일 오후 11시 5G 무선 서비스를 개통하고, 1호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뒤였다. 이에 따라 한국이 `세계 최초 5G 국가` 타이틀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 대도시에서 5G 서비스를 개시하며 "우리가 세계 최초로 5G를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초 5G 국가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대표(CEO)는 "버라이즌 고객이 세계 최초로 5G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5G 서비스는 5G 상용화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버라이즌의 5G 서비스는 4G LTE용으로 개발된 모토롤라 스마트폰 모토Z3에 5G 통신을 지원하는 5G 모뎀칩이 달린 보조 디바이스 모토모드를 장착해야 사용할 수 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 버라이즌은 4G폰에다가 5G 모뎀을 다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네트워크와 하드웨어가 맞물려야 진정한 5G인데 그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이통업계는 버라이즌의 5G 새치기 시도에 대해 `5G 선도 플레이어` 타이틀을 선점하려는 미국 정부·통신사들의 야심이 그만큼 큰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이통업계는 5G가 자사 기술력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할 기회라며 미국 정부에 대대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통신사연합회(CTIA)는 `세계 5G 경쟁 보고서`에서 "미국이 올해 세계 5G 준비 순위에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과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엄청난 변화는 정책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리더십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미국이 5G, 심지어 6G까지 빨리 상용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기술 경쟁에서 이기고 리더가 돼야 한다"며 이통업계에 5G 상용화를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별 5G 실력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5G 기술 강국을 위한 진짜 경쟁은 다양한 서비스 확보와 5G 기술 혁신에서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장석권 교수는 "5G를 빨리 시작한 게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후방 산업이 활성화하고 5G 혁신이 여러 산업으로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5G 서비스의 종류와 혁신성이 4차 산업혁명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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