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전반에 문제 많다" 조언에 정책 방향 전환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월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전반에 관한 폭 넓은 조언을 경청했다. 경제계 원로들은 “현 정부 정책 전반에 문제가 많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듣기에 거북할 정도의 직설이 쏟아졌지만 문 대통령은 열린마음으로 원로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들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인권정책에 가깝다”며 “사람답게 살려면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하므로 좋은 정책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경기를 살리려는 건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려서 해고가 발생하면 (누군가의 소득이 사라지니) 전체 소득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고, 소득이 올라간다고 해서 소비가 올라가리란 보장도 없다”며 “경제정책은 중소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란 문재인정부의 공약과 관련해 “임기가 2022년까지인데 꼭 내년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며 “2022년까지 인상하는 것으로 속도 조절을 하자”고 제안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 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양성 등에 대한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며 “이 부분에 있어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원로들의 조언을 당부했다.


 

간담회 후 경내 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KDI 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간담회 후 경내 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KDI 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한편 이번 자리는 애초 비공개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일부 언론에서 먼저 보도하는 바람에 공개로 전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갑작스런 이번 간담회를 두고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일부 재검토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초청된 인사들은 전부 이전 정부에서 경제·금융·통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실제 운용해 봤던 경제 원로들이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초청한 까닭은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 사례를 참고해 현재 방향타를 잃은 듯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재조정하기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 

사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최근의 고용 침체와 수출 감소 등 경제 전반에 적신호에 켜지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도 인지하고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문 대통령의 최근 '워딩'에서 이런 분위기가 묻어나온다. 지난 4월 1일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다. 일자리 늘어나는 것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 사실이고, 비근로자 가구 소득이 낮아져서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했다. 정권 출범 초의 강한 소신에 비하면 한발 물러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참석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박승 전 한은총재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원로들이다. 그러나 윤증현 전 부총리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보수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했던 인사들이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원로들을 초청했다는 것은 야당에서 쏟아지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주장을 검토하고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린자세로 각계각층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듣겠다는 의지는 국정을 통할하는 정부수반의 올바른 자세다. 향후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리더십을 주목해볼 때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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