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연출가, 자신만의 미학 실험ㆍ도전

사진제공=국립극단
'연출의 판-작업진행중' 쇼케이스에 참여하는 연출가들. 사진제공=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오는 4월부터 김민경, 쯔카구치 토모, 백석현, 윤혜진 등 네 명의 연출가와 함께 '연출의 판–작업진행중'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국립극단의 작품개발 프로젝트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한 자리에 모인 동시대 연출가들이 토론을 통해 자신만의 미학을 실험하고 그 과정을 소개하는 도전의 장이다.

소극장 판을 연출가 중심의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취지하에 시작된 연출의 판은 올해 ‘작업진행중’과 ‘연출가전’이라는 두 개의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연출가전’이 연출가 1인의 신작을 선보이는 기획이라면, 기존 사업을 이어받은 ‘작업진행중’은 연출가들이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예술 활동을 발전시키는 연극 실험실의 역할이다. ‘작업진행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결과물보다 논의과정 자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주제를 선정하고 토론을 주최하는 ‘판 예술감독’ 윤한솔 연출과 함께 연극평론가 이경미가 드라마투르그로 합류해, 연출가들의 논의를 보다 풍성하고 심도 있게 풀어나간다.

2019년 연출의 판은 극단 노마드의 김민경, 토모즈팩토리의 쯔카구치 토모, 극단 창세의 백석현, 무아실업의 윤혜진 등 개성 있는 작업을 선보여온 연출가들과 함께한다. 성별도 국적도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관심과 그간 추구해온 미학적 형식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노동’을 그려나간다. 노동이라는 하나의 주제에서 시작된 토론은 개념적 접근에서부터 한국의 노동 현실과 노동가의 변주, 회사 설립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 판은 연출가들의 상상력과 만나 배, 공장, 탄광 등으로 무한 확장된다.

2018년 참여해 연구 발표회 콘셉트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던 연출가 박해성은 사업 종료 후 “아무 제약 없는 바탕에서 공연을 올린 것 자체가 성공”이라며 연출의 판의 방향과 의의에 공감했다. 또한 지난해 참여해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네 연출가 모두, 연출의 판에서 이루어진 작업을 발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업을 총괄하는 ‘판 예술감독’ 윤한솔은 “연출가 스스로에 대한 미학적, 연극적인 도전이 되길 바란다”며, 2기째를 맞은 연출의 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각기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네 명의 연출가들은 약 4개월간 이어진 강의와 토론을 통해 화학작용을 주고받았다. 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담는 이번 사업은 연출가에겐 커리어를 되짚어보는 분수령이, 관객에게는 신선한 상상들을 맛보는 모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연출의 판에서 연출가들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각자의 미학을 펼쳐나간다. 지난해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을 통해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을 논의했다면 올해는 ‘노동’을 주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노동’이라는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윤한솔 판 예술감독은 “2018년 연출의 판에서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을 가지고 토론하던 중 생각하게 되었다”며, “연극선언문 중 '우리의 연극은 오늘 한국사회가 빚어낸 질문들에 대답하고 되묻는 예술적 실천이다'라는 부분을 읽으며 한국사회가 빚어낸 질문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동시에 외면해왔던 질문들은 무엇이었나 생각하게 됐다. 그 중에서 고른 것이 ‘노동’”이라고 말했다.

무대는 연출가들의 정체성과 연출 철학에 따라 네 가지 색깔로 발현된다. 첫 순서인 김민경 연출은 러닝타임 동안 밧줄로 하나의 큰 배를 만들어 띄운다. 이번 작품을 위해 실제 조선소 견학까지 진행한 그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삶 자체가 노동”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스템을 상징하는 배를 만들고, 타고, 어쩌면 타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묻는다.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인 연출가 쯔카구치 토모는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동가를 위트 있게 풀어낸다.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쇼케이스는 노동가를 부르는 합창단을 통해 블랙 코미디로 탄생한다. 세 번째 무대를 꾸미는 연출가 백석현은 에밀 졸라의 문제작 '제르미날 Germinal'을 현대 한국 사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우리의 노동운동이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보여 줄 예정이다. 연극뿐 아니라 음악, 다원예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연출가 윤혜진은 이번 쇼케이스를 위해 회사를 설립한 후, 노동자를 채용하고, 노동을 수행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일련의 과정을 실험한다.
 

류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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