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읽는 스타인문학 2

피규어 제작 양한모(일러스트레이터)
피규어 제작 양한모(일러스트레이터)

방탄소년단처럼 잘 나가는 아이돌그룹이 아닌데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광클’을 해야하는 가수가 또 있는 거 아니? 가수 나훈아가 그 주인공이지. 작년에 11년 만에 콘서트를 가진데 이어 올해도 이어지는 콘서트 티켓이 다 동났다는구나. 여기저기서 티켓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쇄도하지만 순식간에 매진된 티켓이 남아있을 리 없지. 사실 나훈아 티켓을 온라인에서 예매하는데 ‘광클’할 수 있는 기성세대가 많지 않잖아. 그런데도 매진된 데는 아들딸들이 효도선물로 엄마, 아빠한테 주기 위해 접속을 시도한거지.

사실 나훈아는 그 유명한 바지를 내릴 뻔한 기자회견 이후 그는 철저하게 신비주의 전략을 택하고 있어. 나훈아를 둘러싼 세간의 호기심 때문에 생긴 여러 가지 루머에 대해 한 번쯤 만나서 물어보고 싶어도 그는 미디어에 곁을 주지 않거든. 어쩌면 그의 이러한 신비주의 전략 때문에 그의 콘서트가 더더욱 궁금해진거야.

사실 내가 아닌 나훈아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가수야. ‘천상천하 나훈아’라고 스스로를 칭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나훈아는 천상천하의 가수인 건 분명해. 그는 무명시절에 부산에서 올라와 레코드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청소를 도맡았대요. 레코드 회사 사장이 그의 집념에 감복해서 음반을 내줬다는 일화도 있어요. 사실 겉보기엔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겼지만 그는 밑바닥부터 출발한 가수인 셈이지.

나훈아는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블루칩이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방송3사의 예능국장이나 간부들도 명절 때면 나훈아를 알현(?)하여 특집 쇼를 따내기 위해 사무실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곤 했으니까. 지금은 문을 닫은 남산밑 아라기획 사무실은 최회장(본명 최홍기)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거든. 그때만해도 나훈아는 같은 ‘수컷’이 부러울 정도로 충분히 매력이 있었어. 구릿빛으로 그을린 듯한 까무잡잡합 피부에 잘 차려입은 슈트가 너무나 잘 어울렸고, 말 할 때마다 넘쳐흐르는 자신감은 인터뷰어도 주눅 들게 할 정도였거든. 청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노래하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수긍이 갈만해. ‘오빠’라고 열광하는 아줌마부대들의 심정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지.

“마이클 잭슨이 팝의 황제이고, 나는 트로트의 황제이니 나와 마이클 잭슨은 동급이야. 트로트는 마이클 잭슨보다 내가 더 잘 부르니 나는 세계적인 가수지.”

그러면서 나훈아는 ‘뽕짝’이나 ‘트로트’보다는 뭔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꾸어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팝(Pop), 샹송 (Chanson), 칸소네(Canzone), 엔카 (演歌)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이름이 있지만 사실 우리 트로트나 뽕짝을 세계적인 이름으로 부들만한 명칭이 없었거든. 

사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노래방에 가서 나훈아를 부르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중년 이상의 세대들에게 나훈아는 “슬플 때 부르면 슬픔이 되고, 기쁠 때 부르면 기쁨이 되는 노래”였던 것은 분명해. 나훈아는 시원시원한 노래는 물론 외모나 무대매너도 스타급이지. 70세가 넘는 나이에 청바지와 러닝셔츠만 입고 무대에 선다는 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 

여하튼 ‘천상천하 나훈아’가 우리 앞으로 돌아왔어. 그동안 가요계는 ‘한류가수’라는 신조어가 어색하지 않고, 노래는 몰라도 스타는 살아남으며, 아이돌그룹이나 힙합가수가 대세가 된 세상으로 변했지. 음반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음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아이돌그룹의 공연티켓 구하기 전쟁이 코리안 시리즈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지. 이쯤해서 나훈아에게 뭔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줘야할 것 같아. ‘뽕짝가수’ 혹은 ‘트로트가수’라는 이름 대신 뭔가 새롭고 발전적인 이름 만들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하지 않을까?

한 번 나훈아를 들어봐. 그의 목소리에는 고향이 묻어있어. 그리고 절실한 그리움도 있거든. 무엇보다도 나훈아에게 느껴지는 건 카리스마야.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압도하면서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있거든. 그래서 한 번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잊지 못하는 거지.
 

글 오건(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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