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과 '하루' 중 어떤 게 맞는지...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고유어식과 한자어식 읽기의 결합이다. 주로 장∙노년층이 본인의 나이를 말할 때, 종종 발생한다. “연세(춘추)가 어떻게 되세요?” (84세라면) “나? 팔십넷.” 이런 경우다. 고유어식이라면 여든넷/여든네 살, 한자어식이라면 팔십사 세라야 맞다. 젊은이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일제 자동차 광고에 나오는 '192개 사양'을 [백(배)꾸십두개]로 읽는 영맨을 접했다. 더불어 향년은 “향년 82[여든둘]”이 정확. ‘향년 82세’처럼 ‘세歲’를 붙이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런 것도 기억하자. 30여억 원>30억여 원. 앞은 32-36억 원 정도. 뒤는 30억 2-3천만 원 가량. 방송은 이렇게 어림수를 잘 쓴다. 발음 쪽도 있다. 30여 개->[서르녀개,X] [삼시벼개,O] .‘餘여’ 앞에서는 한자어식으로 읽는다.

‘개국個國’ ‘개사個社’ 앞도 한자어식으로 읽는 게 일반적이다. 26개국[스물려(서)섣깨국,X] [이:심뉴깨국,O] . ‘개사’도 마찬가지다.

“1일 앞으로 다가왔다.” “2일 남았다” 등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틀 남았다.”가 전달력/고유어 사용 면에서 더 낫다. 3일->사흘, 4일->나흘, 5일->닷새, 6일->엿새, 그러나 7일은 ‘이레’와의 비교에서 전달력과 고유어식 가치가 충돌한다. 이럴 땐 전달력을 따른다. 8일도 같은 이유에서 ‘여드레’보다 우위다. ‘아흐레’도 길고 어려워 9일이 좋다. 10일은 다시 ‘열흘’이 비교 우위다. 10일은 음성화 했을 때, 11일과 헛갈린다. 

기본적으로, 수가 작으면 고유어식이 편하고 듣기 좋다. “사과 네 개”의 지배적 유용성을 “사과 4(사)개” 따위는 절대로 앞지를 수 없다. 12 곳 같은 것도 [시비곧]은 어색하다. [열뚜곧]이 바르다. 그러나 수가 커져버리면 한자어식이 편하다. 점이지대가 백百 단위다. 이럴 땐, 원칙은 없으나 전달력을 좇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111 표는 [백씨빌표]보다 [뱅녈한표]가 잘 들린다. 368 명은 [삼뱅뉵씹팔명]이 [삼뱅녜순여덜명]보다 헛갈림이 덜하고 명확하다. 물론 케이스바이케이스다.

뒤에 오는 의존명사(불완전명사)가 고유어면 숫자도 대개 고유어식이 어울린다. ‘곳/군데’ 등이 그렇다. 반대로 의존명사(불완전명사)가 한자어면 숫자도 대개 한자어식이 입에 붙는다. 그러나 꼭 그런 건 아니다.

교통수단의 경우, 자비행기는 각 단위별로 따로 읽고, 배는 합쳐 읽는다. 보잉747은 [칠싸칠], 부성2580호는 [이:처노백팔씨포]다.

기관/단체 고유의 읽기 관습은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군 부대는 부대 앞의 숫자를 한자어식으로 읽는다. 2/3개 중대는 [두/세개] 중대가 아니라, [이/삼개] 중대다. 정확한 열차 시각, 23:46은 [이:십삼시사:심뉵뿐]이다. 문학 작품 이름 ‘25시’도 [이:시보:시]다.

3자리 숫자 ‘116’ 따위는 자주 나오며, 따라서 한 단어로 친다. 음운현상이 적극 개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뱅녈려섣]으로 읽는 것이 [배결려섣]보다 감각적인 읽기다. ‘19’ 같은 경우 [시꾸]로 소리 나지 않도록 유의한다. [십꾸]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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