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 대한 상념
어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 대한 상념
  • 장영철
  • 승인 2019.04.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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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숭실대 교수(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최근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의 상가건물 매입 건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사자는 집 한 채마련하기 위한 투자이지 투기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금 손실 없이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저축과는 달리 투자든 투기든 원금이 손상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양자를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인상을 갖는 투기가 투자보다 위험성은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차제에 어느 것이 투자이고 어느 것이 투기인지 매우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 보았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사회 용어사전”(이상수 저)에서는 투자와 투기를 ‘생산 활동’과의 관련성을 가지고 구분하고 있다. 투자는 생산 활동과 관련되는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 활동이고, 투기는 생산 활동과 관계없이 오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실물 자산이나 금융 자산을 구입하는 행위로 설명한다. 그런데 생산 활동의 주체가 아닌 개인이라도 거주 또는 자산 관리차원에서 집, 토지 등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입하면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투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부동산용어사전”(방경식 저)에서는 투기를 “기대한 개발가능성의 실현을 전제로 부동산에 금전을 투입하는 행위”로 정의를 내리면서, “보통 시장가격의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을 얻기 위하여 토지, 물건, 재산 등을 매매하는 행위이나 부동산의 경우는 도박에 가까운 이상적(異常的)·비정상적인 규모의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금전을 투입하는 수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부동산투기의 특징 9개를 들고 있는 데 그 중 “시장조사를 하지만 모험적·도박적 금전투입을 감행한다”는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다. 투자나 투기나 시장조사는 하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모험적·도박적 금전투입을 감행’하는 투기는 ‘High Risk, Hi Return’의 기대감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규모의 이익 추구 때문일 것이다. 

통상 재개발사업은 한 지역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거대한 개발’이 되는 사업이어서 이해관계자가 많고 인허가 절차에 장시간이 소요되어 위험이 크다.  최근 강남의 은마아파트나 잠실의 5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서울광장 시위에서 보듯 사업 절차 진행 과정에서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면서 오랜 기간 사업허가가 나지 않아 투자 손실내지 투자원금이 묶이는 사례도 많다. 경기상승기에는 대규모 이익이 발생되는 사업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어 수많은 투기적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지나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 행정관청이 부동산거래 규제 및 세무조사 등의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렇게 위험이 크고 내부 진행상황을 알기 어려운 재개발사업에 외지인들이 재개발지역 부동산을 그것도 이익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라고 평가되는 재개발사업허가 직전에 매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러한 투자는 부동산용어사전에서 설명하는 ‘모험적이고 도박적인’ 투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면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재개발 부동산 매입은 투자인가 투기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업허가 직전이라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울 것 같은 절묘한 시점에 자기의 전세금 등을 포함한 전 재산은 물론 매입액의 64%를 빚을 내어서 매입하였다고 한다. 매입한 지 불과 몇 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비록 미실현이익이기는 하지만 매입액의 25%정도인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정기예금의 연이자율 2~3%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이다. 자금조달을 위하여 청와대 인근인 옥인동에서 살던 전셋집을 정리하고 청와대관사로 옮기면서 여유가 생긴 전세금이 활용되었다고 하며, 일반인들이 가계부채 억제 정책 때문에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임에도 10억원이나 되는 큰 금액의 대출을 받아 연간 이자부담만 3천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투자위험에 익숙한 사업가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집안의 운명을 건 ‘모험적이고 도박적인’ 운명적 결단을 내린 것은 정말 의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과도한 이익이 실현될 것임을 사전에 확신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청와대의 핵심 고위공직자라는 권력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정보의 비대칭이 있지 않았겠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제시한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원칙을 블랙코미디처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재산 등록 공표로 불거졌는데,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공직자의 처신을 바르게 하도록 견제하는 효과적 수단임을 입증하였다. 공직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정보도 충분히 공개되어 국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밀실 행정이 철저히 견제되는 한편 공직의 자정기능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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