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 〉,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에 담긴 아버지의 사랑

영화 생일 이미지. 사진제공=NEW
영화 생일 이미지. 사진제공=NEW

설경구 전도연 두 배우가 함께한 영화 <생일>은 ‘세상 모든 가족들에게 건네는 위안’이란 포스터 문구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뒤 남아있는 이들이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치유를 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한 톤으로 그려낸 작품 <생일>. 

개봉 당일이었던 4월 3일 바로 극장을 찾아 이 영화를 만났다. 작품을 접한 관객들의 시선 그리고 감상평은 각기 다르겠지만 내겐 1년 동안 흘릴 눈물콧물을 쏟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 마음을 깊고 짙게 흔든 영화로 남게 됐다. 

120분의 상영시간 동안 보는 이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 수호 아버지 정일(설경구)이 아들 여권을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찾아간 씬은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소원하나 들어주는게 뭐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누군데요?

   우리 아들입니다
   뭐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종이에 도장 하나 찍어 주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부탁합니다.’
  
눈물을 머금으며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공란밖에 없는 아들의 여권에 출국도장을 받기 위해 간절히 부탁하는 아버지 정일의 주요 대사다. 가족을 위해 베트남에서 몇 년째 일하는 아버지를 어머니 순남(전도연)과 함께 찾아가기 위해 밤샘 영어공부도 했던 수호와 아들의 여권.

작은 소망도 이루지 못하고 2014년 4월 16일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나야만 했던 아들을 위해 수호 아버지가 한국에 돌아와 해 줄 수 있는 선물은 여권에 도장을 받아주는 것, 그것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본 다수의 아버지들이 마음으로 공감하고 가슴으로 울던 장면이 아닐까?        

영화 <생일> 결말부분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이 수호의 생일날 함께 모여 추억하고 기억하는 장면은 가장 큰 선물로 남겠지만, 아들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어 준 아버지의 작은 선물 이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하고 있지 않나 싶다.
 

에릭 클랩튼.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에릭 클랩튼.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1992년 1월 세상에 빛을 본 팝 음악 한 곡도 영화 <생일>의 ‘여권도장’처럼 세상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값진 선물로 남아 있다. 바로 ‘기타의 신’,‘슬로우 핸드(Slow Hand)'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남긴 명곡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이다.

1991년 3월 30일 오전 미국 뉴욕시의 고층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에릭 클랩튼의 아들 코너 클랩튼(Conor Clapton)을 천국에 떠나보내며 만든 곡으로 91년 말 미국 개봉작 <러시(Rush)>의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티어즈 인 헤븐’은 세상에 원래 발표할 곡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과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곡의 관련 음악작업을 계속 이어나갔고, 에릭 클랩튼 역시 이 노래를 통해 음악이 가져다 주는 행복과 치유를 경험했다고 한다.

영화 러시 OST.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영화 러시 OST.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결국 이 곡을 OST에 수록할 것을 영화사에 요청했고, 작품의 흥행은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시대의 명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티어즈 인 헤븐’은 에릭 클랩튼과 같이 자식을 먼저 가슴에 묻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세계 도처 사람들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노래’로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됐고, 1993년 초에 거행된 제42회 그래미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와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등 3개의 트로피를 에릭에게 안겼다. (같은 시상식에서 에릭 클랩튼은 총 6개의 그래미상을 받게 된다.)  

더 이상 곁에 두고 볼 수 없는 아들 코너를 위해 완성한 음악은 오히려 아버지 에릭을 위한 아들의 선물이 되어 우리시대 최고 팝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티어즈 인 헤븐’이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감싸주는 노래가 됐지만, 정작 에릭 클랩튼에게는 날이 가면 갈수록 아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그것으로 인한 고통만 가중될 뿐이었다. 

급기야 2003년 이 곡을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어떤 무대에서도 ‘티어즈 인 헤븐’을 노래하는 에릭 클랩튼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된다. ‘티어즈 인 헤븐’을 직접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의 아쉬움은 크지만, 뮤지션이기 전에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편의 영화 또는 한 곡의 노래가 조금이나마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고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 준다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것보다 값진 선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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