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인구론>으로 유명한 이 학자는, 그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한참 동안 왔다갔다 했다. 말사스? 맬더스? 이제야 정착했다. Thomas Malthus는 ‘맬서스’다.

 [θ]의 발음은 꽤 오랜 시간을 두고 한국인을 괴롭혀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유는 ‘관용에 따르는 예외 존중’을 헛갈려하기 때문이다. ‘ㄷ’ ‘ㅆ’ ‘ㄸ’ ‘ㅌ’ 가 맞물려 혼란스럽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θ]은 [ㅅ]로의 대응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먼저 ‘ㄷ’을 보자. 아더왕King Arthur이 이제는 아서왕이다.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항공이나 매카시즘McCarthyism은 진즉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맥아더 장군Douglas MacArthur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맥아더를 매카서로 되돌리기엔 늦은 것이다. 마거릿 대처Margaret Thacher 총리도 이름이 이 땅에서 왜곡되는 불운을 맞았다. 그녀의 이름은 ‘새처’가 돼야 마땅했지만, 모 신문 편집국에서 초기에 ‘대처’로 적는 바람에 결국 굳어졌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도 같은 경우다. ‘셀마’가 맞는 이름이다. 사족으로 1997년, <접속>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장윤현 감독은 99년 후속작을 발표했는데 제목이 감 떨어지게 <텔 미 썸딩>이었다. 심은하/한석규를 풀고도 폭삭 망했다! <텔미 섬싱>이었다면 어땠을까. 

‘ㅆ’도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씽크빅’ ‘씽크큐’ 등이 강력하다. 그러나 ‘ㅅ’이라는 정도正道로 자꾸 가야 한다. 스로인throw-in, 스루패스through-pass를 보라.

‘ㄸ’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땡큐’가 강력히 버티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땡큐’를 들여다보면 그 사나움/촌스러움/배고프던 시절/어쭙잖은 허세 등 잿빛 기억이 선연하지 않나? ‘땡큐’건 ‘생큐’건 안 쓰는 게 좋지만, 쓰려거든 ‘생큐’로 바꾸자. ‘생큐’가 맞다!

‘ㅌ’도 눈에 띈다. '마라톤'이 대표적 예외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던 때는 ‘마라손’이었다. 탁견이었다! 그런데 못난 후배들이 marathon을 maraton인 줄 알고 ‘마라톤’이라 적었다는 일화도 있다. 영어 표준 표기대로 적자면 ‘매러손’이지만, 너무 급진적이라 ‘마라손’으로 하려다 ‘마라톤’을 그냥 두기로 했다. 유명인의 ‘ㅌ’을 전격적으로 ‘ㅅ’으로 바꾼 예 중 빛나는 것은 바로 킹 목사다. Martin Luther King을 우리는 오래도록 ‘마르틴 루터 킹’으로 배웠다. 이제는 마틴 루서 킹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철자 ‘th’가 그대로 ‘t’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Thompson이다. 이건 [tɑ́mpsn-]이나 [tɔ́mp-]이다, 그대로 [t]다. 헛갈리지 말아야 한다. 에마 톰슨Emma Thompson은 ‘톰프슨’이 정착되기 전 이미 유명해져서 에마 톰슨을 유지한다. 또 한 사람, 미녀 배우 Charlize Theron이 있다. 샤를리즈 테론(미국식)과 샤를리즈 시어런(영국식)이 겨루었는데 남아공 출신이라는 점이 샤를리즈 시어런의 손을 들어주었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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