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쇠퇴와 함께 등장한 젊은이들 문화 코드

최근 방송된 KBS 2TV ‘덕화티비’에서는 이덕화가 응원단과 함께 ‘혼코노’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예능코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혼코노라는 말이 생소하게도 들리겠지만, 요즘 젊은 층에서 혼코노는 중요한 놀이문화 중 하나로 꼽힌다.

‘혼코노.’ 일본말 같지만 10대 20대들이 흔히 쓰는 약자다. ‘혼자 코인노래방 간다’는 말이다. 코인노래방은 ‘코노’라 부른다. 한 명 또는 두세 명이 들어가 동전을 기계에 넣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시간 단위로 비용을 매기지 않고 곡수에 따라 계산하기 때문에 항상 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주 이용자다.

'코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래방의 쇠퇴와 함께 성장한 사업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00개가 생겨나며 노래방산업의 몰락을 혼자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원수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중·고등학생들도 밤늦게 학원이 끝나면 코노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갔다. 가맹점 사업을 하는 ‘세븐스타 코인노래방’은 170개나 된다. 이 수혜를 본 회사는 TJ미디어다. TJ미디어는 금영과 함께 국내 노래방 기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기업이다.

금영이 주춤하는 사이 TJ미디어는 성장을 거듭하며 2017년 매출 83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인노래방 시장의 95%를 점유한 덕분이다. 하지만 코노 시장도 성장이 멈추고 있다. 지난해 TJ미디어 매출은 680억원대로 뒷걸음질쳤다. 4년 만에 적자도 기록했다. 2017년 말부터 코인노래방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고 한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학생 수도 더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산률 저하가 사회 전반의 문화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노래방산업을 홀로 지탱하고 있던 코노도 더 이상 추락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코노가 성장을 멈추자 전체 노래방 수도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침체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이어 주 52시간 근로제가 결정타를 날렸다. 노래방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2차 회식 장소로 노래방을 찾는 직장인도 급격히 줄었다. ‘회식 다음은 노래방’이라는 공식이 깨지자 노래방 수요가 급감했다는 얘기다. 이는 주류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역에 따라 노래방에 들어가는 수량이 3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고 한다.

한때 노래방은 국민 오락장이었다. 놀거리가 다양하지 못하던 시대의 노래방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가장 만만한 오락거리였다. 노래방은 1990년대 초 국내에 들어와 급속도로 전국에 퍼졌다. 1990년대 후반 매년 5000여 개씩 늘며 2000년 2만 개를 돌파했다. 국내에 노래방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이었다. 전국 노래방은 3만7994개에 달했다. 노래방 수는 이때가 정점이었다. 이후 서서히 줄었다. 하지만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2017년에도 전국 노래방 수는 3만5903개나 됐다. 10년간 2000개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난해 한 해만 전국 노래방은 1600개가 감소했다. 폐업이 줄을 이은 것이다.

국내 노래방의 역사는 부산의 한 오락실에서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있었던 반주기를 최초의 노래방 기기로 보고 있다. 가라오케 기계를 개조해 노래를 선택하고 자막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당시 가격은 곡당 300원이었다. 이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하와이비치 노래연습장’이 국내 노래방 1호로 정식 등록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음악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이 올리는 총매출은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이 시장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래방이 몰락해가는 사이 ‘혼코노’가 한국 사람들의 흥을 이어주는 또 다른 통로가 되고 있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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