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주광덕 의원 "전형적인 작전세력 패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의 35억원 주식 보유를 두고 여러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전형적인 작전세력 패턴'이라며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임명강행보다 신중론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애초 이미선 후보자의 거액 주식 보유는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남편도 '주식 앱도 사용할 줄 모르는 부인'을 적극 옹호하면서 한풀 꺾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거래 패턴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이 후보자 부부가 올해에도 주식 거래를 한 것과 관련된 것이 있다. OCI그룹 계열사로 열병합 발전회사인 군장에너지가 올해 상반기에 코스피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군장에너지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24억원어치나 주식을 매입한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이다.

군장에너지가 상장에 성공하면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가치도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후보자 부부는 몇년 동안 계속 주식을 매집해서 재테트 용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도 의구심이 갈 만한 거래를 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이 후보자 부부는 이테크건설 주식 1448주, 3억2981만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상장 재추진 정보를 미리 확보해 주식을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 후보자 남편인 오 모 변호사는 지난해 삼광글라스가 거래 정지되기 직전 주식을 매도하는 등 호재와 악재가 나오기 전후로 해당 주식을 사고판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을 '억측'이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불공정 거래 의혹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군장에너지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이들 주간사는 이르면 다음달께 한국거래소에 군장에너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에 군장에너지 상장이 성사되면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각각 군장에너지 지분을 47.67%, 25.04% 갖고 있다. 두 회사 주식을 보유한 이 후보자 부부의 투자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군장에너지가 상장되면 이테크건설 주가가 22만원대로 오른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11일 현재 이테크건설 주가는 9만5900원이다.

군장에너지는 군산 기반 열병합 발전회사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537억원, 영업이익은 974억원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3538억원어치 전력을 제공할 정도로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군장에너지는 특히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1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3년물과 5년물 1500억원 규모며, 17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 예정일은 이달 25일이다. 군장에너지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존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이자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군장에너지 회사채 발행에는 한양증권뿐 아니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도 공동 주간사로 참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후보자 부부가 군장에너지 상장 정보를 바탕으로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를 매수했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직 수익이 실현되지 않았지만, 정황상 순수한 투자로 보기에 어려운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군장에너지 ‘조감도‘ . 사진=군장에너지 홈페이지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군장에너지 ‘조감도‘ . 사진=군장에너지 홈페이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오 변호사는 올해 이테크건설 주식을 각각 148주, 1300주 매수했다. 이 후보자 부부가 자신들이 재판을 맡았던 회사 주식을 공시를 전후해 대량으로 사고판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주 의원실에 따르면 오 변호사는 삼광글라스의 중요 공시와 공정위 적발 등을 전후해 수차례 주식을 매수·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변호사는 군장에너지 상장설로 삼광글라스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3월 14일과 15일 이 회사 주식 3700주를 주당 5만8000원에서 5만9000원에 팔았다. 2주 뒤인 29일 한국거래소는 삼광글라스 주식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재고자산 처리 문제로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주가는 6만원 선에서 4만원 초반대까지 폭락했다. 오 변호사는 주가 폭락 직후인 지난해 4월 4일부터 1만주가량을 다시 사들였다.

오 변호사는 앞서 2017년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삼광글라스 7121주를 3억687만원에 사들였다. 그런데 공교롭게 삼광글라스는 12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군장에너지에 유연탄 수백억 원어치를 공급하겠다고 공시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1월 5일부터 10일까지 삼광글라스 주식 3500주를 매도했는데, 닷새 뒤인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광글라스에 과징금 12억2000만원을 부과했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주 의원은 "이 후보자 남편의 주식 거래는 전형적인 주가 조작 작전세력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애초 '불법적 요소가 없다'며 강행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이 후보자 부부의 거래패턴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야4당의 총공세에 더불어 여론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자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민주당은 불법적 요소는 없다고 해도 이 후보자의 과다한 주식 보유 자체만으로도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미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성황에서 이 후보자마저 물러난다면 자칫 정국 주도권을 잃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도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장관 2명에 이어 또다시 '검증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과 효창공원 참배 후 이동 중에 이 후보자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문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부재 중인 만큼 당분간 여론 추이를 신중히 살피면서 당의 입장을 최종 결정하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12일 저녁 문 대통령의 귀국 이후에 이 후보자의 거취 문제도 결정될 전망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미선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거래 패턴은 청문회까지 거치는 고위공직자의 재테크 행위의 선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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