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애경그룹 신세계 등도 물망 몰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설이 불붙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자진 사퇴한데 이어 지난 11일 채권단에 낸 자구계획안이 즉각 거부당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사실무근'이란 공식 입장이지만,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각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자구 계획에 대해 제출 하루 만에 반려하면서 시장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급격히 불거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자구안 수정과 관련된 추가 논의를 한 바 있지만, 매각과 관련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거나 결정된 건 없다"고 공식 반박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이날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번 자구안에는 박 전 회장 일가의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3년 안에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매각을 해도 좋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자구안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고 하루 만에 철퇴를 놨다.  

시장에선 사실상 채권단이 우회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유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 전 회장 일가의 남은 사재가 부족하다는 걸 채권단이 모를 리 없다는 근거에서다.

이날 매각설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급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액면가(5000원) 수준이어서 유상증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액면가 밑으로 유상증자를 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거쳐야 한다.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이 출자 또는 지분율 희석에 반발할 수 있다.

과도한 부채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815%까지 치솟아 유동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에서 빌린 차입금이 약 4000억원인데,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시장 일각에선 박 전 회장 일가가 상당한 '항공 면허·노선 프리미엄'을 놓고 매각가를 저울질하는 것이란 예상도 내놓는다. 현재 시장이 추정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1조6000억원 선이다.

현재 재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잠재 인수 후보자일 것으로 본다.

SK는 최규남 제주항공 (41,200원 2050 5.2%) 전 대표를 그룹 콘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는데, 항공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일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벌이고 있어, 항공운송사업을 하게 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계열사를 통해 160억원을 LCC(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에 투자했다가 사업면허가 반려돼 후퇴했다.

제주항공 (41,200원 2050 5.2%)을 보유한 애경그룹과 신세계와 CJ그룹 등 유통그룹들도 꾸준히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해당 기업들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조 회장 빈소에서 인수설과 관련한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재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오너 일가들이 매각 방침을 정하고 몇몇 주요 관계자에게만 방향을 알렸다"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놓고 정작 중요한 것은 매각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의 여부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 일가가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 회장 일가가 어차피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계산이 설 경우, 산은에 떠밀려서 매각을 진행하기보다 지금 먼저 매각을 결정하고 준비하면 33% 지분에 대한 매각과 프리미엄을 통한 현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매각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다. 어쨌든 표면상 개인 재산을 처분하는 거래와 다름없다. 그러니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인수후보 가운데 어느 대기업을 아시아나의 새 주인으로 만들어줄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대 매각가를 유도해 현금을 많이 받는 거래도 노릴 수 있다. 

과감히 지금 매각방침을 정하고 해당과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박 회장 일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여러 방편으로 '재기'를 노릴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업은행의 향후 행보에 따라 박 회장의 옵션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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