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허리부상 극복하고 우승...눈물의 인터뷰

골프팬들은 일요일 저녁 늦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세계 골프의 지존을 가리는 마스터스 4라운드 최종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선두와 두타 차이로 시작된 이날 경기는 이탈리아 몰리나리의 '따박따박' 파 세이브 행진으로 싱겁게 끝나는가 싶었다. 그럼에도 골프팬들은 "끝까지 한번 보겠다"며 잠을 청하지 않았고, '끝까지 본 사람이 승자'라는 표현답게 타이거 우즈는 그렇게 14년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타이거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투어(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우즈는 11번 홀에서 몰리나리가 두타를 잃는 사이 공동 선두를 차지했고,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1타차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홀인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포효했다. 갤러리들은 양손은 번쩍 들고 타이거 우즈의 우승을 축하했다. 타이거 우즈는 아들과 어머니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기쁨을 만끽했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중요한 순간들과 마지막 퍼팅 장면(동영상)


타이거 우즈는 지난 2005년에 이어 14년 만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마스터스 통산 5번째, PGA 투어 통산 81번째 우승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이다.

1997년 PGA투어에 본격 데뷔한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골프 황제’로 군림했다. 타이거 우즈는 당시 첫 우승을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 차로 장식했다. 우즈는 이후 2009년까지 12년 동안 71승(메이저 1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타이거 우즈의 라이벌은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 그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프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타이거 우즈는 특정 계층에게 한정 되던 골프의 인기를 전 세대로 파급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불륜 스캔들 이후 우즈는 맥을 추지 못했다. 무릎과 허리 부상까지 더해져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는 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타이거 우즈는 우승 상금 207만 달러(약 23억5천만원)를 받게 된다.

1997년 앳된 모습의 우승자에서 44세의 중년이 된 우즈는 “22년 전에는 아버지가 곁에서 우승을 지켜봐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아버지가 됐다”고 감격에 겨운 소감을 말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인터뷰에 눈물을 훔쳤다.

한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세계랭킹도 6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우즈가 세계랭킹 톱10에 진입하는 것은 2014년 8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그의 지난주 세계랭킹은 12위였다.

우즈는 2009년 성추문 파문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무릎과 허리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대회 출전을 거의 하지 못한 2017년 11월에는 세계랭킹이 한때 1199위까지 떨어지면서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PGA투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9월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반등에 성공한 우즈는 이후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톱10에 진입하게 됐다.

1199위에서 6위까지 오른 타이거 우즈. 그 숫자의 간극만큼이나 많은 사건들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그 영광의 길을, 그는 묵묵히 찾아돌아왔다. 골프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그 미상의 불가능을 이겨내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골프는 인생이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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