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자금 투입, 대기업 가운데 인수할 가능성

채권단에게 자구책을 거절당한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항공산업은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여행레저 산업이 발달하면서 투자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다 '국적기'의 프리미엄까지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많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하겠다는 대기업이 줄을 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국적항공사를 보유하면 기업 위상은 물론 브랜드 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30대 기업 가운데 범 LG가와 삼성,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을 빼곤 다들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몇몇 대기업을 빼곤 모두 인수 대상자로 거론될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왜 그토록 아시아나만은 내놓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단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이 먼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까지 인수 검토 안건이 올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그룹과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 물류사업을 확장 중인 CJ그룹도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발빠른 기업들은 지난주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금액을 비롯해 인수 후 신용등급 변경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 등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와 SK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섣부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일단 SK는 항공산업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SK가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있다. 이미 자금력이 충분한데다 인수 이후 상당한 수익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엔진 방산 등 항공관련 사업을 현재 진행중에 있어 사업 수직계열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LCC 에어로케이에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 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 M&A마다 매수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거론된다. 제주항공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2위 대형항공사를 인수하게되면 그룹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나 애경그룹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신세계그룹도 항공 산업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7년에도 티웨이항공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 예림당과 협상을 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또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DF가 관광객 유치와 면세점 홍보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마케팅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LCC 플라이강원에도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물류업계 강자 CJ도 항공운송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게다가 CJ헬로비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유력한 인수후보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CJ의 경우 당장은 자금이 모자랄수도 있지만인수가 확정될 경우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최근 통합물류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출범시키고 '1위 CJ대한통운을 따라잡겠다'고 선포한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는 물류업계 1위 자리를 놓은 롯데와 CJ와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도 높다. 롯데는 물류뿐 아니라 유통, 면세업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 인수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한편 대형 사모펀드(PEF)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동성을 공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뤄왔던 투자를 재개하면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투자를 검토했던 한 PEF 관계자는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다”며 “매물로 나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PEF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1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 방식의 영구채를 인수한 뒤 나중에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EF들은 항공사를 인수하려면 국토교통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단독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수 경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항공업은 금리·유가·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사업이어서 섣불리 뛰어들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주말까지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은 자구책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 그룹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는 금호산업으로 지분 33.47%를 갖고 있으며 금호산업은 박 前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이 45.30%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산업은 오늘 오전 이사회를 열어 매각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매각 결정을 확정할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본격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이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청한 5천억 원 규모의 지원금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매출 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6조7892억7400만원에서 7조1834억원으로 변동됐다고 지난달 26일 정정공시했다. 영업이익은 886억5400만원에서 282억3300만원으로 당기순손실은 1050억1800만원에서 1958억6100만원으로 확대됐다.

매각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사와 버스만 남아 대기업 계열에서 중견기업으로 떨어질 전망이며 그룹 사명에서도 아시아나를 뺄 것으로 보인다.

31년 2개월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2월 17일 88서울올림픽을 위해 서울항공으로 출범했고 88년 8월 11일 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을 바꿨다.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새 주인은 어디가 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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