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은 있겠지만 실제 떨어진 국가들도 많아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른바 낙태죄 처벌 조항이 66년만에 사라진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한 형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렸다. 

이렇게 낙태죄가 사실상 폐지되자 일각에서는 낙태율이 확연히 올라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각종 방송 및 언론사들은 해외 사례를 통해 사실을 파악하고 나섰다. KBS와 SBS, 뉴스톱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들의 주장인 "낙태죄를 폐지한 영국은 낙태율이 1,000% 이상 늘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 정부는 낙태죄 폐지 후 230% 정도 낙태율이 올랐다고 밝혔다. 즉, 오르긴 해도 1,000%까지 오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2배 이상 오른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낙태에 자유로운 국가들은 실제 낙태율이 낮은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에 인용된 OECD 자료를 보면 2010년 한국의 '추정 낙태율'은 15.8%인데, 낙태가 허용된 미국은 2015년 기준 11.8%, 독일은 7.2% 수준으로 낙태율이 더 낮았다.

아울러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한국의 낙태율이 지금도 세계 1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낙태율은 2010년에는 15.8%에서 2017년에는 4.8%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내용은 헌재의 이번 판결로 인해 낙태율의 변동은 있겠지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임신중단에 관한 여성의 경험과 조사에 따르면 낙태를 고려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학업과 일,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이미 않은 아이로 충분해서,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 순으로 이어졌다. 

또한 사회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혼자 키우기 힘든 미혼모들이 관련 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사회생활에서 일자리를 갖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미혼모가 어떤 편견도 없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절실하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성문화로 인해 청소년 출산율도 올라가고 있는 이 시점, 헌재의 낙태죄 폐지 결정이 낙태율에 일시적인 변화는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태율이 터무니없게 올라갈 것이란 주장의 근거는 부족하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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