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랜드마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충격

“파리가 불에 탔다”

15일(현지시간) 엄청난 화마가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집어삼켰다. 이날 저녁 7시 50분께 대성당 첨탑의 끝부분이 불길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펼쳐지자 관광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눈물과 탄식을 쏟아냈다. 


파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이자 역사 유적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첨탑 주변에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으면서 지붕의 상당 부분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 파리 시내의 소방관 400여 명이 동원돼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은 점점 거세지기만 했다.

현장에서는 소방차 수십 대가 출동해 고압 호스로 지붕과 성당 내부에 물을 분사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러나 노트르담과 같은 건물의 경우 건물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재 진압이 까다로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첨탑 리노베이션(개보수)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동안 600만 유로(78억 원 상당)를 들여 첨탑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화재가 발생한 뒤 조기 진화에 실패, 피해가 크게 발생한 것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12세기에 건축된 건물로 내부 장식품이 대부분 목조로 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파리 소방당국은 “노트르담의 주요 구조물은 보존된 것으로 본다”며 (전면부의) 두 탑은 불길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현 단계에서 주요 목표는 성당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면서 최종 진화까지 몇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화재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우리의 문화의 일부이자 우리의 삶의 일부”라며 “나도 거기 다녀온 일이 있다. 이 세상의 어떤 성당도 그곳과 같은 곳이 없다”면서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화재를 접한 국민들은 지난 2008년의 숭례문 화재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숭례문 화재는 2008년 설날의 마지막 연휴의 저녁에 발생했다.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의 어처구니없는 방화에서 비롯되었다. 방화의 상황을 살펴보면, 2008년 2월 10일 일요일 오후 8시50분경 숭례문 주변도로를 지나던 택시기사가 숭례문 2층 누각 좌측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여 119에 최초 신고한 화재로, 방화자인 채모씨가 8시 47분경 사다리로 서쪽의 문루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넘어가 문루의 계단을 통해 2층 누각에 침입하였다.

누각 2층 중앙에서 미리 준비한 시너 1.5리터 3병 중 2병을 세워놓고 1병을 흘려 1회용 가스라이터를 이용해 방화하였다. 불은 기둥을 타고 올라 상부 부재에 옮겨 붙었다. 소방관이 화재 직후 8시 53분경 현장에 도착하였고, 누각으로 진입하여 진화하였다. 그러나 상부 지붕 속까지 옮겨 붙은 불은 진화가 완전하게 되지 않았으며, 연기가 계속 발생하였다. 연기가 지속 발생하는 동안 고가차와 굴절차를 동원 지붕과 처마에 대량방수를 집중하였으나, 쉽게 진화되지 않았고, 다음날 오전 1시56분에 2층 문루가 붕괴되었다.

숭례문은 태조 7년(1398) 2월 건립 이후, 세종 30년(1448), 성종 10년(1479), 고종 연간에 큰 수리를 하였다. 또한 1963년에 완전 해체보수하였다. 하지만 2008년 화재처럼 크게 불이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6.25 전쟁같은 큰 사변을 겪고도 살아남았던 숭례문은 한 인간의 부질없는 불장난으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노트르담은 방화의 흔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인 가슴에 이어져오던 소중한 건물 하나는 이제 영원히 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숭례문 화재 현장 당시 사진. 사진제공=문화재청
숭례문 화재 현장 당시 사진. 사진제공=문화재청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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