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적자" 자신감, 시장 독식하려 풀베팅중

국내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지난해 1조1190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6570억원)보다 적자폭이 167% 가량 확대된 것이다. 이로써 최근 4년간 누적적자는 2조864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초 투자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지난해 11월 추가 투자한 2조3000억원을 합한 총 투자금액(3조4000억원)의 84%에 달하는 금액이다. 

웬만한 기업같으면 벌써 10번은 망했을 법하다. 하지만 쿠팡은 굳건하다. 적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묻지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업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현 추세로 간다면 2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그럼에도 쿠팡은 외통수 길로 가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쿠팡의 적자폭이 확대된 이유부터 살펴보자. 쿠팡의 새벽배송을 한두번쯤 이용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요즘 로켓배송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출혈을 무릅쓴 것이다. ‘로켓배송’에다 최근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인건비·이자비용 증가가 가장 눈에 띈다. 

로켓배송은 당일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집 앞 현관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직매입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지역 물류센터를 기존 12개에서 24개로 늘렸다. 또 지난해 10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시작했다. 고객이 자정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전 7시 전에 배송해 준다. 이런 규모의 상품을 고객에게 익일 배송할 수 있는 유통사는 쿠팡이 유일하다.

이렇게 물류비용이 매년 늘어나면서 쿠팡의 재무제표는 엉망이 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은 약 2363억원으로 전년(1483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늘었다. 

인건비도 1조145억원으로 전년(6455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인력을 크게 늘린 탓이다. 또 위메프, 티몬을 비롯해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롯데·신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세배가량 늘렸다. 쿠팡이 작년 쓴 광고선전비는 1537억원으로 전년(538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늘었다. 

통상 기업이 부실화되면 금융비용이 늘어난다. 쿠팡의 부채총액은 1조7840억원 으로 전년(1조3230억원)보다 확대됐다. 2016년(7021억원)보다는 1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쿠팡이 낸 이자비용은 1809억원으로 전년(1542억원)보다 23% 증가했다. 
 

15일 쿠팡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작년말 기준 자본총계는 117억6300만원이다. 전년 마이너스(-) 244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으나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추가 투자를 받아 자본잠식을 탈피했다. 완전 자본잠식은 회사의 적자가 계속돼 납입자본금마저 바닥이 난 상태를 말한다. 

쿠팡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손금도 크게 늘었다. 작년말 기준 결손금은 2조9849억원이다. 전년(1조8660억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결손금이 늘었다는 것은 자본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아직까지 알리바바와 아마존 같은 절대 강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외형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쿠팡의 작년 매출은 4조4147억원으로 전년(2조6814억원)보다 164% 증가했다. 

이는 위메프(4294억원)·티몬(4972억원)의 10배이며 옥션·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9812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11번가(2280억원)까지 합쳐 경쟁업체 4곳의 매출을 모두 합한 것보다 두배 많다. 외형상으로 보면 쿠팡의 전략은 먹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물량공세로 시장을 잡아먹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후발업체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덩치를 키워 아예 경쟁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손정의같은 투자의 귀재가 수조원 적자가 나는 기업에, 밑빠진 독 물붓기 식으로 투자를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다. 크게 베팅해서 크게 먹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이하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656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았지만 현 추세의 투자라면 2년도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손정의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해마다 조 단위의 적자가 나는 기업을 지탱해나갈 수는 없다. 여기에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유통사들이 쿠팡의 독주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쿠팡의 묻지마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업계는 희안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 중이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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