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현금 은닉처 알아내려 부모 고문 정황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최근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3)의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피의자 김다운(34)과 그의 범행동기에 대해 추적했다.

이 사건은 이희진이라는 주식 사기꾼이 은닉해놓은 거액의 현금과 이를 노리던 김다운이 은닉장소를 찾기 위해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정황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피의자 김다운은 지난 2월 25일 공범 3명과 함께 경기도 안양 소재의 이씨 부부 자택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수법은 잔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둔중한 물체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일부 머리뼈가 골절될 정도였다. 코, 입, 목을 압박하고, 손 등을 테이프로 묶었던 흔적도 이씨 시신에서 발견됐다.

부인 황모씨 시신에도 범행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황씨 역시 얼굴과 목을 강하게 압박당했고, 허벅지 등 신체 일부에는 무언가에 베인 상처도 있었다. 전문가는 살해 목적이 아닌, 피해자에게 강한 고통을 주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무엇인가의 정보를 얻기 위해 피해자들을 고문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김다운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투자 명목으로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아 강도행각을 계획했다면서도 살해는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택에 침입한 뒤 이씨 부부의 저항이 심하자 공범 3명이 둔기를 휘두르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약 1년간 이씨 부부 주위를 맴돌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5~8월 세 차례에 걸쳐 이씨가 귀가하는 장면을 몰래 찍었고, 지난해 4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총 네 차례 이씨 부부의 위치를 확인했다. 범행 당일에도 이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피해자들의 동선을 살폈다.

표백제와 범행 도구도 김씨가 직접 구입했다. 시신을 유기할 평택의 창고는 미리 자신의 이름으로 임대해뒀다. 이씨 부부가 귀가하기 15분 전 공범들과 함께 범행 장소에 도착하고, 경찰 신분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범들은 인터넷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통해 모집했다.

김씨는 2009년부터 8년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자신이 요트 임대사업을 했던 자산가였다고 주장했지만 주변인 진술은 달랐다. 주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재산도 없었다고 한다. 김씨 주장과 달리 그가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증거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김씨와 피해자들 사이에는 교차점이 없었다.

범죄 전문가와 담당 형사 등은 김씨가 금전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인터넷으로 ‘고액 체납자’를 검색하던 해에 이희진이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언론에 빈번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가 이희진에게 은닉자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김씨는 이희진을 자세히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일본에서 활동하는 개인 탐정이라고 소개한 뒤 ‘이희진 투자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만났다. 다만 대표는 김씨 말에 이상한 점이 많아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씨 부부를 살해한 뒤 황씨는 이들의 자택 장롱에, 이씨는 평택 창고에 유기했다.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창고까지 옮겼다고 한다. 김씨는 황씨 시신 역시 김치냉장고에 담아 옮길 예정이었으나 “도저히 엄두가 안나 실행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한편 이 창고 한쪽에는 좁은 밀실이 조성돼 있었다. 김씨는 요트 사업용 사무실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추가 범행을 위한 장소였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검거되기 나흘 전인 지난달 13일 국내 한 경호업체에 전화를 걸어 “악질을 상대하는데 입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업체 측은 김씨가 수상해 의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김씨는 이후 이씨 부부의 둘째 아들인 이희문에게 홀로 접근했다. 그는 숨진 황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희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식의 메시지를 황씨인 척하며 이희문에게 보냈다고 한다. 결국 만남이 성사돼 김씨는 약속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이희문이 지인과 함께 나와 대화만 나눈 뒤 헤어졌다.

김씨가 황씨 행세를 했던 탓에 시신은 범행 약 3주 뒤인 지난달 16일에야 발견됐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다음 날 김씨를 검거했다. 중국 동포인 공범 3명은 이미 칭다오로 출국한 뒤였다. 현재 공범들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고, 김씨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들이 검거되면 사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진상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고급 외제차와 은닉자금 등이 자주 등장한다. 범행 당시 이희진 씨의 부모는 이 씨의 동생이 매매한 고가의 외제차 '부가티 베이론'의 매매대금 5억 원을 소지하고 자택으로 귀가했고 김 씨는 범행 후 해당 대금을 들고 도주했다.

그러나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김다운이 지난 17일 체포되던 당시 그의 가족들이 매매 대금 일부를 은닉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특히 김다운의 모친은 해당 금액 중 일부를 주식투자에 사용하였으며 그의 이모와 의붓아버지는 자신 소유의 차량에 돈을 은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김다운의 가족들을 장물 보관 및 운반 혐의로 입건, "범죄수익임을 알고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희진 형제는 구속되기 전 카니발 차량에 5만원권을 가득 싣고 어딘가로 숨기러 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바로 이 돈을 찾기 위해 김다운은 그의 부모를 찾아갔고, 돈의 은닉처를 고문을 통해 알아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살해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주식 사기꾼과 거액의 은닉자금, 그 돈을 찾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김다운까지, 이번 사건은 주식과 황금만능주의가 빚어낸 희대의 살인극으로 기록될 것 같다.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