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비판 쇄도 "선정기준 의문…상 반납해야"

세월호 5주기인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세월호 참사 망언은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날이 깊게 선 말이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는 글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가 삭제한 바 있다. 그런데 정 의원이 막말을 했던 바로 그날, 그는 호기롭게도 '제8회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에서 '품격언어상'을 수상했다.

바른 정치언어상은 거칠고 감정적인 말이 쏟아지는 국회에서 품격 있는 정치 언어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제정했다. 이날 정 의원을 포함해 총 19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행사는 국회의 정쟁적 언어 사용 문제점을 개선하고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2010년 제정된 시상식이다.  

이 자리에서 정진석 의원이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꽃다발을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또 한번 여의도 정치에 대해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누리꾼들의 비판도 쇄도했다.    

앞서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정 의원은 문제가 된 글을 삭제했다. 정 의원은 "유가족에게 한 말이 아닌 정치권을 향한 일반적인 말"이라며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외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 의원을 향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징글징글하다" 등 막말을 한 정 의원이 어떻게 바른 정치 언어상을 받을 수 있냐며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징글징글한 건 정진석 의원 본인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사람이 무슨 상을 받느냐"고 꼬집었다.  

이 밖에 "SNS에 추모가 이어지는 게 징글징글하다는 식의 막말을 하는 사람에게 바른 정치언어상을 준다는 사람이 누구냐" "정 의원은 받은 상을 반납해야 옳다" "저런 상은 누가 선정해서 주는 거냐" "진짜 역대급 블랙코미디"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16일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원과 차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진석 의원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17일 공개 사과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제가 올린 짧은 글로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아침에 친구가 제게 보내 준 짧은 글을 무심코 올렸다. 제가 생각이 짧았다"며 "세월호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우리 정치권에 던지고 싶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문제의 글은 바로 내렸다"며 "당 윤리위에서 이 일의 전말을 제게 묻겠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소상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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