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업종별 카드매출액 분석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삶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달라진 한국인의 생활 패턴은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변화’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하나카드의 2018년 업종별 매출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패턴은 미세먼지 농도 자체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대형마트의 카드 매출액 분석 결과,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든 낮든 매출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미세먼지 관련 뉴스 건수와는 상관관계가 컸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실제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기보다는 미세먼지 뉴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미세먼지 뉴스 건수가 많을 때 매출액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은 리조트·콘도 시설이었다.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은 날은 적은 날보다 36%나 매출액이 줄었다(평일 기준). 놀이공원(-35%), 차량 정비(-29%), 렌터카(-18%), 호텔(-10%), 고속도로 통행(-10%) 같은 나들이 관련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세탁소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엔 40%나 매출이 뛰었다. 세탁소에서 결제하는 건당 이용금액도 18%나 증가했다. 화원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 매출액이 19% 늘어났다. 미세먼지 제거, 공기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아지면 목욕탕도 더 많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목욕탕 공휴일 매출액 12% 상승).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병원의 경우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이면 외출을 자제해서 전반적인 매출은 줄었다. 하지만 진료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비인후과(8%), 소아과, 치과(각 3%)처럼 호흡기·구강질환 관련 병원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미세먼지 뉴스 건수가 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많은 날엔 신차 구입이 13% 증가하고 중고차 구입은 2% 줄어들었다(평일 기준). 건당 결제금액도 신차는 10% 증가하고 중고차는 1%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노후화된 기존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내 자동차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차량 상부가 열리는 컨버터블 자동차는 날씨가 좋은 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사륜구동 자동차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한국에서는 최근 SUV 차량이 인기를 끌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아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신차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사람들의 소비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고, 업종별 차이가 뚜렷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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