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강성곤 현 KBS아나운서실 방송위원 겸 방송통신심의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TV/라디오의 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퀴즈 식으로 ‘OOO’만 나오면 너나할 것 없이 ’뗑뗑뗑’은 무엇일까요?‘ 하고 있다. 가히 요즘 가장 많이 쓰는 일본말 같다. 뗑(뗑/땡)의 실체實體는 점點이다!

일본말 ‘点[てん]’(덴/뗀/뎅/뗑)인 것이다. 피디/작가/출연자, 어찌해서 누구 하나 못 걸러내고 하찮고 쇠락한 아나운서가 나서게 만드는가.

대안은, 직접적으로는 ‘공공공(空空空)’이다. 사람이면 ‘아무개, 몇 자字입니다.’ 아니면 ‘무엇일까요, 몇 글자입니다’가 바람직하다. 뗑뗑이 무늬 옷이 아니라 ‘(물)방울무늬 원피스’ 혹은 ‘점무늬 셔츠’를 권장한다!

더불어 소수점에 이하에 영零만을 고집하는 젊은 층이 많다. 0이 수數 단위니까 0.108을 ‘영점일영팔’[영쩜일령팔]하며 공空을 따돌리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당장, 휴대폰 앞부분 010은 공일공이다. 제임스 본드 007은 아직도 공공칠이다. 합리적 관용 존중이다. 영어도 그렇다. 1905년은 영어로도 [나인틴제로파이브]와 [나인틴오파이브], 둘 다 인정한다.

연말 시상식, 혹은 여러 행사에 각계의 전문가, 유명인들이 많이 모이면, 이 단어가 무척 많이 나온다. “오늘 기라성 같은 분들이 자리하셨습니다.” 일본말이다!

綺는 '무늬 있는 비단', 羅는 '얇고 고운 비단'이 그 뜻이다. 그러니까 비단 같은 밤하늘, ‘매우 빛난다’라는 의미다. 기라키라きらきら, 즉 일본말 ‘번쩍번쩍’이란 부사에 별 星을 붙여 きら星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일본식이다. 대안은? 여러 책에서 ‘쟁쟁한’ ‘걸출한’을 제시하나, 토박이말 ‘내로라하는’이 내 주장이다. ‘내로라하다’의 어근이다. 이것도 ‘내노라하는’으로 많이 틀린다. 뭘 가진 자들은 자꾸 상대에게 이것 내놔라. 저것 내놔라, 당치 않은 오만과 객기를 자꾸 부려 그런가? 아무튼 ‘기라성’은 이제 그만 쓸 일이다. 생긴 것하고, 느낌도 왠지 일본적이지 않나?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1985년 KBS입사, 정부언론외래어공동심의위위원, 미디어언어연구소 전문위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건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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